Diary2021. 4. 21. 14:51

# 단유 한 지 3일째가 되었다. 첫날은 배고픈 곰돌이 이야기를 해주면 다 이해하는 것처럼 응, 응, 하다가도 바로 대성통곡하고 그랬는데, 이튿날에도 그렇게 울까 걱정하다가 최근 읽었던 동화책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아가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아기를 눕히고 아주 조용히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장난감도 재우고 인형도 재우고 아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재우고 아기 옆에 토끼를 눕혔다. 아기는 내 행동을 골몰히 지켜보더니 내가 하는 것처럼 토끼 인형을 재우기 시작했다. 인형 손 잡아봐~하니까 한 손으로 인형 손을 잡고서 다른 한 손으로는 인형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너무 귀여워서 울 뻔.ㅠㅠ) 그렇게 아기는 인형을 재우는 시늉을 하면서 나를 빤히 봤다. 아기는 뭘 아는지 젖을 먹지 않아도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안정감을 얻은 듯했다. 옆에 누워있는 내 얼굴을 만지면서 나를 보고 눈을 깜빡여서 내가 눈을 깜빡거려주었는데, 그러면 아기는 그 교감에 너무 신나 했다. 그 순간은 너무 아름다워서 아기와 나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기는 그렇게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내 얼굴을 만지며 서서히 잠으로 빠져들었다. 아기가 울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이뻤다.

# 언제나 내가 준비가 안되어 있던 것이다. 모든것에서. 내가 젖을 뗄 준비가 안되었던 거지 아기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주었다. 젖을 떼자마자 밥을 잘 먹지 않던 아기는 밥을 무지 잘 먹었다. 어린이집에서도 엄청 잘 먹고(맨날 간식 2는 아예 안 먹었었는데) 집에서도 저녁에 국을 4번이나 리필했다. 이거 실화??? 아침에도 오트밀 한 그릇 뚝딱이다. 정말 안 먹어서 내 속 시커멓게 되고 발 동동 굴렀던 과거는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아기는 이 세상이 얼마나 신기하고 다 재미있을까. 다양한 음식들의 식감이 얼마나 궁금할까. 이제 15개월 산 아기는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한 그런 표정을 짓는다. 아기는 천사 같고 신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유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아기에게 정말 고맙다. 아기에게도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15개월이 된 것이 참 행복하다. 이제는 오케타니 한 번 받고 끝내면 될 것 같다. 이 시간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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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