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에는 아기가 새벽 1시 쫌 넘어 깨서 바로 잠에 들지 못했다. 내가 재우고 재우다가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 반쯤 지나서는 나도 멘탈이 탈탈탈 털리기 시작했다. 아기에게 짜증내고 소리 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어제는 나도 모르게 너무 힘들어 왜 안 자냐고 큰소리를 냈다. 3시 40분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다 내버려두고 부엌으로 갔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그걸 마저 해놓으려고 이유식 만들 준비를 했다. 등 뒤에서는 아기가 계속 울고 도마에 칼질을 하는 내 멘탈도 말이 아니었다. 내가 옆에서 떨어지자 아기는 30분을 내리 울기만 했다. 거의 자지러지면서. 아기 우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지만 아기는 달래지지가 않았다. 이유식 만들기가 끝날 때까지 아기는 쏘서에 앉아 울고 있었다. 너무 버겁고 슬프고 힘이 드는 순간이었다. 다시 또 아기를 재우기 위해 들어간 건 새벽 4시 10분쯤이었다. 아기는 겨우 잠을 잤지만 나는 너무 정신이 또렷해져 버렸고, 그냥 모든 게 다 미안했다. 잠을 못 자는 아기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는 그 순간을 견디지 못했다. 내 손만 필요로 하는 아기여서 밤이 더 고통스러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이 너무 청명하고 예뻐서 슬펐다. 날이 좋으면 기분이 좋아야하는데 간밤에 아기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나의 부끄러운 모습도 기억이 났다. 허겁지겁 아기 등원 준비를 하고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오니 산뜻하고 싱그러운 공기가 코끝을 찔렀다. 이렇게 예쁜 봄날에 우리 아기와 내가 같은 곳을 보며 가고 있었다. 아기는 찬 공기에 손을 쫙 뻗어 만지작만지작하는 시늉을 하고, 하늘을 바라봤다. 또 옆에 서 있는 나의 옷 주머니 소매들을 만지며 너무 재밌어하며 까르르 소리를 냈다. 어젯밤의 그 울음들이 공기 중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 점점 수월해질 줄 알았던 육아는 점점 고되고, 나의 작업은 진전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는 것과 내가 크게 아픈 곳이 없다는 것. 매일매일 온몸이 피로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크게 아픈 곳은 없다. 이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탈탈 털려가는 멘탈을 잡기 위해서는 매일 작업실에서 내 생각과 마음가짐을 정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의 힘듦이 아기에게로 전이될 테니까. 내가 힘든 것을 남에게 전달하기 싫다. 자칫하면 자꾸 남 탓을 하게 되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엄청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 오늘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하고, 못하겠을 때는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서 나를 바라봐야 한다. 점점 인내심이 생기고 사랑이 깊어지고 감정에 다양한 결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