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1. 2. 9. 21:48

# 2016년이었나. 갑자기 내 혀에 이상한 자국들이 생겨난 걸 발견했었다. 그때는 왜 그런 자국들이 생겼을까 하고 내과 진료를 볼 때 한번 의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건 다른 쪽으로 가서 진료를 보시라' 이런 답변에 그냥 별거 아니겠지 하고 넘어갔더랬다. 2016년에는 엄청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모 레지던시 면접에서 베를린 레지던시 최종합격자로 나를 선정해놓고는 독일에 가기 몇 주 전에 독일행이 취소되었고, 1차 2차 심사 때도 없었던 다른 작가가 베를린으로 가게 된 사건이었다. 내가 왜 독일에서 리젝 되었는지 그 기관에서도 알지 못하였고, 나이가 어려서, 영어 인터뷰가 있어서 라는 둥의 이상한 이야기들만 하고서는 갑자기 미안하다는 말로 모든 게 취소된 사건이었다. (사실 나 대신 간 작가는 잘못이 없는데도 계속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그 당시, 매일매일 독일서 할 작업들만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하던 강사일도 정리를 했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독일도 못 가고 작업도 못하고 일까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이를 악 무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

얼마 전에 치과에 갔다가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이를 악 무는 습관이 너무 심해서 입 안쪽에 이상하게 자라난 잇몸 뼈와 양쪽 볼 안에 찝힌 자국들과 혀의 자국들이 너무 선명했고, 또 위쪽 어금니는 이미 금이 가고 썩어있었다. 이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2016년부터 이래 온 것이니 5-6년 간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들어왔구나 싶었다. 정도가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치료를 이것저것 해야 하는데 돈도 많이 들고,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치료는 해야 하니 참 착잡한 심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 스트레스라면 또 2018년이 대단했다. 전시를 했던 곳에서의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악몽 같았던 2주를 보냈다. 전시 오픈날까지 현수막이고 포스터고 조명이고 제대로 됐던 것이 없었고, 하물며 현수막은 같은 날 오픈하는 모 작가의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내게 아무 말 없이 이미지를 바꿔놓기도 하였으니 내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겨 바닥에 버려진 것 같았다. 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덮어두고 나만 잊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할까도 했지만 난 그러지 못했고, 갤러리에서 내게 요구하는 여러 일들을 거부하며 더 상황이 안 좋아졌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결국 내 마음이 점점 피폐해지고 조금씩 잘못된 습관이 생겨 지금까지 내 몸을 아프게 해왔던 것이다. 이 문제 때문에 3차 신경 통인 줄 알았던 턱관절, 광대, 편두통의 원인이 이 악무는 습관 때문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제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제는 스트레스가 사라진다해도 습관이 되어 나를 망치고 있으니 빨리 치료가 시급해진 것이다. 2021년에는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작업도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니 큰 욕심들은 이미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린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욕심들이 가장 큰 것들이 아닌가도 싶다. 건강하게 사는 것과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삶.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오늘도 마음을 다 잡아본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