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1. 2. 7. 14:23

# 22년 지기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인도가 왜 좋아?'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순간 내가 엄청 많은 걸 말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 그건 밤을 새워도 될 정도의 일이었다. 인도가 좋은 이유도 있지만 싫은 이유도 있기는 해서 2-3가지 위험했던 상황들을 말해주니 자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그곳에는 못 갈 것 같다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천만한 일들도 있긴 했다. 내가 잘 기억을 하지 않으려 할 뿐. 갑자기 어딘가로 끌려가 돈을 뜯긴다거나, 분명 길을 안다고 말한 릭샤 아저씨가 나를 도로 한복판에 내려놓고 사라진다거나, 버스 맨 뒷좌석에 앉은 나의 옆으로 인도 남자들이 계속 내 몸을 터치하려 한다던가, 지나가다가 내 몸의 일부를 만지고 도망가는 일이라던가, 숙소에서 같이 지내던 친구의 가방이 다 털렸던 사건도 있었고... 화장실에 들어간 나를 몰래 훔쳐보던 인도 애도 있었다.(바깥에 있던 화장실이었는데 뒤쪽이 뚫려있었음) 쓰다 보니 엄청 많군! 그런데도 인도가 좋은 이유는 그런 일들보다 좋은 일들이 더 더 더 많고 크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인도. 너무 그리워서 또 글로 남겨본다.

# 나는 노력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열여덟살때인가, 노력이라는 단어를 매우 싫어하는 친구가 있었지. 그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러나 매사에 노력파인 나는 노력 자체가 나쁘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노력이란,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해도 거기서 머물지 않고 다시 시도 하고 실패하는 것이다. 실패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이다. 실패가 반복되면서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아무런 노력 없이는 0.01%의 변화는 커녕 쉽게 퇴보하고 말 걸. 인간은 너무 쉽게 늙고, 너무 쉽게 퇴보한다. 생각이 늙으면 몸도 저절로 늙기 마련. 매사에 노력하고 배우려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모든게 흥미롭고 즐거울테다. 나는 지금도 계속 배울거리를 찾고 있다.

# 요즘 나혜석의 책을 읽고 있다. 읽다 보니 왜 나는 이제야 그 책을 읽고 있나 싶은 것이다. 유투브로 '경희' 소설을 읽어주는 분이 있어 그것도 계속 듣고, 나혜석의 일생에 대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다. 참 멋진 여자. 

사람은 쓸데없는 격식과 세간의 체면과 반쯤 하는 학문의 속박을 많이 받습니다. 있으면 있을수록 더 가지고 싶은 것이 돈 이외다. 높으면 높을수록 더 높아지고자 하는 것이 지위 외다. 가지면 가지는 만큼 음기로 되는 것이 학문 이외다. 사람의 행복은 부를 얻은 때도 아니요, 이름을 얻은 때도 아니요, 어떤 일에 일념이 되었을 때외다. 일념이 된 순간에 사람은 깨끗이 씻은듯한 행복을 깨닫습니다. 즉 예술적 기분을 깨닫는 때외다. 

인생은 고통 그것일는지 모릅니다. 고통은 인생의 사실이외다. 인생의 운명은 고통 이외다. 일생을 두고 고통스러운 병을 깊이 맛보는 데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고통을 명확히 사람에게 알리는 데 있습니다. 평범한 이는 고통의 지배를 받고 천재는 죽음을 가지고 고통을 이겨내어 영광과 권위를 취해 낼 만한 살 방침을 차립니다. 이는 고통과 쾌락 이상 자기에게 사명이 있는 까닭 이외다. 그리하여 최후는 고통 이상의 것을 만들고 맙니다.

번뇌 중에서도 일의 시초를 지어 잊는다.

내 갈 길은 내가 찾아 얻어야 한다. 

p.191-192 나혜석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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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