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데에는 젬병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결국 실수를 하고 만다. 자꾸만 해결책을 이야기하려 하는 행동파는 매번 상황을 망친다는데 그게 바로 나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음엔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 내 마음은 위축된다. 위축된 마음으로는 위로는커녕 가만히 듣는 것마저도 어려워진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조금은 비겁하지만) 마음이 편해지긴 했다. 그러나 역시나 내 작은 마음이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그때 왜 그랬지, 그때 이렇게 할걸,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과정을 천천히 이해해주면 안 될까. 이해를 바라는 것은 이기적이지.' 이런 자잘한 마음들이 자꾸만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친한 사람의 위로보다 교류 없는 옆집 할머니의 위로가 더 크게 다가올 때도 있는 법이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그래서 나는 항상 기대를 저버리는 인간인 건가 봐.
고통이 자기 눈앞에 시커먼 구름처럼 몰려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내 상황까지 배려해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의 고통이 너무 커서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모든 걸 이해했어야만 했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고, 아무 행동도 할 수가 없는 그 답답한 상황 속에서 그 고통이 나에게 전달되던 그 모든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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