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1. 2. 4. 01:46

# 잠을 자려고 노력해도 맹렬히 잠이 안 올 때가 많다. 아직도 밤중 수유를 하는 아기 때문일까. 방수 끊기 연습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제자리걸음이다. 2주를 노력해도 자칫 한번 주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아기가 너무 괴로워하며 울 때 몇 시간이고 지켜보는 것이 너무 안쓰러워서 결국 줄 거니까 빨리 주는 게 낫겠다 싶은 것이다. 그러면 내 잠이 싹 달아나버려서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오질 않는다. 잠을 잘 수 없는 밤들이 너무 오래되고 나니 잠에 드는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결국 새벽 시간의 독서가 그냥 일상이 된 것 같다. 저녁에 일찍 아기를 재운다 해도 그 이후에 또 해야 할 살림과 부엌 노동들이 있고, 그걸 모두 끝내야지만 겨우 나만의 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 요즘 나는 작업실에서 2000년 초반 대학생 시절때부터 썼던 드로잉북들을 찬찬히 뒤적거리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작업이 나오기까지 무수히 버려진 단어와 이미지들을 계속 마주하게 됐다. 예를 들어, 내가 2005-06년에 고환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원래는 클리토리스가 시작이었고, ‘클리토리스 행동’이라는 드로잉들을 하다가, 나중엔 고환과 클리토리스를 겹친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는데, 갑자기 이레이져헤드의 고환 터트리기 작업을 오마주하게 되면서, 결국 클리토리스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사라지고 난 뒤, 나는 고환 만찬이라는 그림도 그렸다. 그 과정들을 쭉 보다보니 갑자기 뒷전으로 사라진 클리토리스는 '왜?'라는 질문을 계속 하게되었는데, 현재로서는 어떤 답도 내리지 못했다. 그때도 답을 낼 수가 없었겠지만. 좀 이상한 드로잉들이 많아서 이십대 때의 내 머릿속에 뭐가 들었었는지 좀 마주하기가 껄끄러운 지점도 있었다. 정말이지 이런 이상한 나를 사랑해준 지금의 남편(구남친)에게 고맙다. 이상한 시들도 엄청 많이 적어놨는데 지금은 쓸 수 없는 그런 시였다. 고등학교 시절에 화가를 꿈꾸면서 지금의 내 생각들이 나중에 화가가 되었을 때 도움이 되어야 한다면서 기록을 아주 열심히 하던 과거의 서고운이 떠올랐다. 덕분에 내가 얼마나 이상했는지를 알아차리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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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