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0. 12. 31. 02:48

# 이제 슬슬 압박이 오는 건가...ㅎㅎㅎ 전시 준비를 하는데 잘 안 되는 꿈이었던 것 같다. 하루가 지나니 좀 잊혔다. 매일을 육아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니 몸이 너무 피곤한 것을 종종 잊어버린다. 정말 가끔은 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도 아기와 함께 있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미친 듯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 왜 이렇게 일을 사서 할까 싶으면서도 ‘이 시간에 내가 쉬어 무엇하리... 뭐라도 하자’ 하며 일을 계속 찾는 것이다. 머릿속이 온통 '아기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 등등의 생각들로 꽉 차 있다. 이유식을 하루에 세 가지씩 만들 때도 있다. 1-2가지는 기본이고. 오븐이 쉬지 않고 돌아가며 나는 바닥 정리, 설거지, 청소, 아기 케어, 빨래 돌리기, 먼지 닦기, 돌돌이로 머리카락 줍기를 계속한다. 해도 해도 먼지들이 계속 눈에 보이고 머리카락은 계속 떨어진다. 어제 턴 아기이불에 더러운 것들이 오늘 또 보인다. 그렇게 한참 일을 하고 있으면 또 하루가 가는 것이다. 
아기 돌을 3일 앞두고 처음으로 통잠을 잤다. 지금까지는 아기가 통잠을 자도 나는 습관처럼 새벽에 계속 깼는데. 아기는 통잠을 자야하는 시기에도 한두 번씩 계속 깼고, 밤수를 끊을 때도 이앓이 때문에 깨서 잠이 들지 못했고, 젖을 물고 자려고 버티곤 했다. 그래도 요즘은 새벽에 깨서 2-3시간씩 벌서다가 겨우 재우는 일은 좀 드물어서 나도 금방 잠에 들 수 있다. 돌이 지나면 더 더 나아질까...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


 작업을 정말 잘 하고싶다. 그런데 육아하며 온통 쏟아버린 에너지들을 다시 내 안으로 끌어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항상 읽고 싶은 책들은 쌓여있고, 그중 몇 권은 소장하려고 사뒀지만 못 읽은 게 대부분이다. 그 책들부터 좀 읽어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강박이 작업을 시작하려 하는 나를 잡는다. 그래도, 그런 강박과는 별개로, 매일매일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십오 년 간 자취하며 끼니를 제때 먹지 않아 저혈압과 빈혈을 달고 살던 내가 지금은 참 건강해졌다. 이 모든 게 다 아가 덕분이다. 주방 노동에 애를 쓰니까 먹는 것들이 달라지고 좀 덩치가 큰 건강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나의 전부인 아가를 사랑으로 키워내고 있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으니 내 인생의 에너지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그건 2021년에 시작할 작업이 말해줄 것 같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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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