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실에 왔지만 아무것도 못했다. 속이 아파 베드에 누워있다가 어지러워 다시 일어나고, 선풍기 바람을 잠시 쐬거나 바깥 새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궁금해 내다본다. 운이 좋게도 시험관 1차에 성공해 배아였던 아가는 태아가 되었고, 이제는 12주차를 향해간다. 아주 극초기엔 먹덧과 잠덧이 있었는데, 점점 토덧과 체덧으로 바뀌더니 점점 심해져서 엊그제 밤엔 결국 3번이나 연달아 토를 했고, 뭘 먹어도 입맛이 없고 무기력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토할때는 정말 너무 괴로워서 변기랑 뽀뽀할 지경이 되고, 몸안의 위액이 분수처럼 터지면서 눈물과 콧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른다. 체했을 때 토하는것과는 다르게 정말 괴롭다. 힘이 얼굴로 쏠려서 코에서 피가나기도 하고. 그치만 이렇게 괴로운 나와는 별개로 배 안의 아가는 '딸기'의 크기가 되었다고 한다. 3-5센치정도 되었나? 아가 도시락인 난황을 먹고 크는 시기는 이제 지난건지 양수를 먹고 소변으로 배출하고 또 그 양수를 먹는단다. 그러나 아가가 배출한 소변은 향균작용이 되어있어 무리가 없다는데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손과 발, 장기들이 모두 생겼고, 내일이면 기형아검사를 하러 간다. 주변의 응원과 축하를 넘치게 받았고, 아가용품을 주겠다는 분들의 연락을 많이 받아서 조금이나마 아가용품 걱정을 덜었다. 아가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 9월 전시 준비로 한창 바빠야 하는데 이렇게 몸 상태가 안좋아서 어쩌나. 처음엔 아가가 "엄마, 나랑 같이 작업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정작 붓을 들 힘이 없다. 내일 병원에 가서 입덧약을 꼭 처방받고 와야지. 약이 효과가 있다면 나는 다시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것이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침대 위에 오래 누워있는 시기도 없는 것 같은데, 마음을 푹 놓고 쉬질 못하니 그게 가장 걱정이다. 하루 하루 불안함과 싸우면서 지내고 있는것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핸드폰만 손에 쥐고 검색에 빠져있는 것도. 활자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아 한달에 10권의 책을 읽자 다짐했던 목표는 2019년 4월에서 멈춰버렸다. 그 이후로 정말 1권도 읽지 못했다니.ㅠㅠ 내가 걱정을 하든 안하든 가만히 있다보면 시간을 잘 흐를텐데. 그렇게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있다보면 다 잘 되겠지. 조급해하지 말고 정말 잘-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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