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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03 공항 여행
  2. 2011.05.21 에쿠 에쿠 뒷통수야 2
Text2013. 1. 3. 13:34

 

 

나는 공항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21살에 첫 배낭여행을 인도로 떠나던 그 날, 아주 추웠던 겨울 날에 지금 내 손을 잡고 있는 그가 나를 공항에 마중나와주었었다. 긴 단발머리에 톤 다운된 회색섞인 하늘색 봄버를 입고. 그때 나는 공항이라는 것, 첫 여행이라는 것에 들떠버려서 그와의 헤어짐에 쓸쓸함따윈 잊었던 것 같다. 아니, 알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인도에 도착한지 2주가 흘렀는데도 아무에게도 연락하지않았다. 부모님에게조차. 정신없이 여행에 팔려버렸던 나는 겨우 국제전화와 인터넷을 하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안부를 전했었다. 그러나 나는 한달간 그의 사진을 하루도 빠짐없이 꺼내어 보았고, 직접적인 연락을 하진 못했지만 마음 깊이 그리워했다. 낙타사파리 하던 남자애가 나에게 청혼할 때,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라며 사진을 보여주고 떵떵거리며 거절도 했었다. 그는 내가 인도에서 돌아오는 날에도 나를 마중나와주었다. 남인도의 뜨거웠던 날씨때문에 겨울이었던 한국 날씨를 까맣게 잊고 나시하나 입고 돌아오던 날이었다. 생각하면 마음 짠한 기억들. 콧잔등이 까맣게 타버려서 나시만 입고 나온 여자친구를 그는 어떻게 이해했을까?

 

나는 가끔 공항에 가고 싶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공항에 가고 싶다. 가고싶은 곳에 무작정 갈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 지금의 나는 21살의 나처럼 그를 떼어놓고 어딘가 멀리 떠나간다는 건 상상할수가 없어졌다. 만일 떨어지게 된다해도 나의 자의로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다른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무한한 기대와 충동, 염원보다는 그의 옆에 있는 것이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함께 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후회가 없다는 것도 안다. 잠시 이병률씨의 말을 빌리자면, 사는데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지만 그것을 알기에 사랑은 얼마나 보이지 않으며 얼마나 만질 수 없으며 또 얼마나 지나치는가.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고 지나치는 한 사랑은 없다. 당장 오지 않는 것은 영원히 오지 않는 이치다. 당장 없는 것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으므로. 그래서 나는 그가 옆에 없는 것처럼 사랑 하려고 한다. 인간의 모든 여행은 사랑을 여행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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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평면작업을 할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유화작업은 참 신비롭다. 내 손 끝, 붓 끝, 캔버스의 표면이 맞닿아 묘한 형상이 만들어질때의 쾌감 같은것. 코넬리우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니까 이 새벽밤이 더 몽롱해지네.

편두통은 아닌데, 귀 뒤쪽 후두엽쪽으로 5cm정도 떨어진 곳이 계속 쿡쿡 쑤셔온다. 이건 뭐지? 편두통처럼 쿡쿡 쑤시는게 아주 느낌이 별로구만. 커피를 더 마셔야할까. 당을 좀 더 채울까. 

레인보우 뮤직 캠핑 페스티발 라인업 보고, 지산보다 더 땡겨서 급 1일권을 구매했다. 당장 사놓긴 했는데, 이젠 함께 할 사람을 구하거나, 못찾으면 남이섬에 가서 놀다가 친해지거나 둘중에 하나일텐데, 왠지 혼자가서 혼자 실컷 놀다가 올것도 같고. 아. 갑자기 에어의 유니버설 트레블러 음악이 나온다. 왠지 모를 흥분감. 흐흐. 쏘 퐈~ 쏘~ 퐈~ 쏘~ 파러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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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