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2015. 6. 16. 09:19

이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졌다면 엄청 대단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영화 산업의 시스템과 퀄리티를 엄청 높였을텐데 그런 점에서 너무 아쉽고, 또 아쉽다. 내가 흠모하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35년만에, 70년대 그 당시 듄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영화 제작자와 다시 이 다큐를 찍었다. 완성하지 못한 영화에 대한 다큐인데, 이 과정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지금 보기만해도 엄청 대단하다. 달리, HR기거...오손 웰즈 등 내노라하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큰 포부를 가지고 만들어가던 중에 헐리우드라는 거대한 자본 시스템에 부딪혀 세트를 짓다가 모든게 백지화되었다.

80세가 넘은 조도로프스키의 지금의 열정에 비하면 그때엔 얼마나 에너지가 넘쳤을까 싶다. 너무 시대를 앞서가서일까. 조도로프스키의 창작 열의와 독특함에 다들 겁을 먹은 것 처럼 보였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나 같아도 이 어마어마하고 방대한 영화를 머릿속으로 다 그리고, 두꺼운 책으로 만들고, 옷 디자인, 캐릭터 연구, 캐스팅, 건축, 디자인, 이야기 구조 모든것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혀를 내둘렀을 것 같다. 그리고 감독이 예상한 러닝타임은 12시간~20시간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허망하게 무너지다니. 이건 한마디로 대참사였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생각대로, 바라는대로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리저리 바꾸고 이러쿵 저러쿵 하다보면 완전 망작이 나올것이 분명하다고. 영화는 꿈처럼 되어야 하고 내가 꿈꾸는 영화와 같아야 하니 꿈은 절대로 못 바꾼다고. 시스템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있고, 그것은 품위도 깊이도 없는 주머니 속의 악마-돈-, 종이 쪼가리라고

영화에는 마음이 있고, 정신이 있고, 힘이 있고, 포부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왜 안되었던 걸까. 마음이 얼마나 착잡하고 힘들었을까. 두꺼운 책으로 시놉시스와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퇴자를 맞았던 그 당시, 디노 데라우렌티스(누굴까)의 딸이 이 기획을 채가서 데리빗 린치에게 넘겼고, 그 후 듄이라는 영화가 나왔다고 한다.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 같다. 조도로프스키는 본인의 꿈을 남이 하는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로 영화관에 가서 눈물을 참으며 보았는데 영화가 망작이라 점점 기분이 나아졌다고 아주 솔직하게 고백했다. 데이빗린치도 알고보면 그 당시 제작자에게 휘둘렸던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듄"은 꿈의 세계지만 꿈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하는 이 감독. 정말 멋진 감독이다. 나이 80이 넘어서, 35년 전에 듄을 만들고자 만났던 영화제작자와 만나서 <현실의 춤>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몇년 전 부천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의 아들을 직접 만났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내게 눈 인사도 해주었는데...(엘 토포에서 어린 아이로 나왔던 그 분) 하아. 조도로프스키의 영화를 보려면 이제는 지난 영화들만 봐야하겠지. 그 부분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신작은 현실의 춤으로 끝인가. 아아아. 

수십년이 지나면 누군가는 조도로프스키의 듄을 각색해서 보여주겠지.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할배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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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ovie2013. 7. 21. 23:09

 

 

 

 

이번에도 PiFan에 갔다. 집에서 시외버스타고 빨리 간다고 나왔는데도 부천시청역까지 두시간 걸렸다. 휴, 오고 가는 것만 너무 큰일이 되어버려서 많은 상영작을 보진 못할듯. 그래도 이번 피판에서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회고전을 특별상영 하고 있어서 나 같은 광팬에게 그 시간이 얼마나 황금같았는지 모른다. (피판에 무한 감사.ㅠㅠ)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올해로 84세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계속 영화를 찍는다. 남미 칠레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컬트 영화의 거장이라 할 수 있겠지요. 회고전에서 그의 영화는 두편을 봤는데, 그 중<의식-사이코 매직>이라는 영화는 줄리아 브라찰레와 루카 임메시 부부가 연출을 맡았고, 원작은 알레한드로의 것이다. 제목은 조도로프스키가 지었다고 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심리분석적이면서도 오컬트적이어서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영화 중간에 "현실의 춤"이라는 알레한드로의 책이 나와서 베시시 웃었다. 영화 끝나고 GV시간에 감독이 나와서 줄거리 얘기도 해주고 해서 좋았다. 역시나 너무 짧은 시간은 안습.

 

 

 

 

 

 

<현실의 춤> 포스터 정말 이쁘다! 사실 올해에 영화가 개봉될지도 미지수였고, 나는 그냥 촬영중이라는 얘기만 여기저기서 듣고 있던터라 이렇게 빨리 볼 수 있게 될줄은 몰랐는데, 영화 찍으면서 구글에서 돌아다니던 과정 컷들을 영화속에서 보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노장의 영화는 정말 기대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유년시절 이야기가 주요 모티프이다. 그는 실제로 아버지가 굉장히 엄격하고 폭력적이었고, 축복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이야기했었다. 영화 여기저기에는 어린 아이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항상 나왔었다. 특히 성스러운 피...이 영화에서도 아버지라는 존재는 조금 더 디테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버지의 역할은 실제 조도로프스키의 아들이 주연을 맡아 연기했다. 그는 GV에서, 현실은 좋은것이 나쁘게 될 수도 있고, 나쁜 것이 좋은 것일수 있다고 말하며, 분명 아버지(진짜 본인에게는 할아버지)는 배드 가이 였지만 훌륭한 감독이 탄생되었기에 다르게 보면 굿 가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좋고 나쁜 것들이 계속 춤을 추듯이 현실은 춤을 추고 있다고.

매순간 오페라 아리아를 하는 것 처럼 사라(아이의 어머니)는 이야기를 하고, 가족의 치유와 안식을 맡는 역할처럼 보였다. 그녀는 아들을 신처럼 받들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신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남편의 중병을 자신의 오줌으로 치유하는 장면에서) 신은 존재하는가? 신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조도로프스키는 끊임없이 던진다. 나는 조도로프스키가 표현하는 그 무의식적이고 환상적인 리얼리즘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는 이전의 작품들에서 굉장히 강한 폭력과 신체 절단, 낭자하는 피, 거침없는 이미지 등으로 화면을 채웠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굉장히 위트있고, 재기발랄한 소년같은 느낌으로 연출을 한 것 같아 신기하기만 했다. 84살의 감독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감각적이고 유쾌했기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GV에서는 질문을 두개 정도 받는다고 했는데, 그 아까운 시간에....어떤 븅신(?)같은 사람이 질문이 아닌 제안을 한가지 했다. 그 이야기는 정말 병맛이었다. 왜 꼭 GV시간에는 자신의 생각을 감독에게 주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꼭 한명씩 있는지?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면 어떻겠냐고 말하는 저의는 무었이다냐. 그 자리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독이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오래동안 그의 영화를 만드는데에 존경을 표하는 것과도 같은 자리였다. 그런 방식이 싫으면 그냥 안보면 되잖아? 갑자기 러닝타임이 긴데 줄일 생각이 없는지? 그리고 표현하는 방식이 좀 어려운데 친절하게 풀어주면 어떨런지? 그런 질문은 그냥 집에나 쳐 가서 혼자 블로그같은 곳에 하면 된다. 수십년간 자신의 방식을 고수해온 영화인에게 할말은 아닌듯 싶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온 감독의 아들(주연배우)은, "오호! 그럼 너가 그렇게 영화 만들어라!" 라고 받아쳤고,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나도 갸우뚱 하고 있다가 그런 답에 환호를 보냈다. 예! 정말 멋지구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GV시간인데 하필 배터리가 없어서 카메라 기능이 안됨. 겨우 건진 사진 한장...얼굴도 안보인다.ㅠㅠ 시간이 없어서 바깥에서 만남을 갖는다고 하여 기다렸다. <엘토포>의 그 꼬꼬마가 꽃중년이 되어 한국에 온것을 보니 뭔가 신기했다. 계단앞에서 내가 눈빛으로 레이져를 쏘아주었다니 나를 보며 "바이~바이~하고 웃어주는데 진짜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 부천에 온 보람이 있구나!!!^^

 

 

마지막으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사진. 정말 멋진 사람. 종교관도 좋아요.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서 좋은 영화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하아-뜨! 하아-트!

Posted by goun
Movie2013. 7. 5. 13:57

 

 

 

 

의식-사이코매직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원작 각본을 썼다.)

연출은 다른 사람이지만 알레한드로 할배가 의사로 나옴. 기대기대

 

 

 

현실의 춤. 이 영화 진짜 기다렸는데 드디어 나오는구나아아아.

고민안하고 바로 예매! GV가 있어서 매진 빨리 될까봐 걱정했는데 아니군.

자리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희한하다.ㅋㅋㅋ 다들 나 같진 않구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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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ovie2013. 2. 25. 16:39

 

 

 

 

 

 

 

 

캬. 처음에 대사없이 충격적인 장면만 나와서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했더니 2/3 부터는 대사가 많이 나와서 즐겁게 봤다. 어쩜 이리도 이쁜 색감과 이쁜 구도를 잘 구사하시는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천재 같다. 내가 왜 지금 이 영화를 봤을까? 하다가도 지금 본게 어쩌면 다행인것 같기도. 조도로프스키 할배~ 죽지말고 영원히 살아서 이 영화내용처럼 불멸의 인간이 되어줘. 지금 만들고 계신 영화 다 만들기 전엔 죽지 말아줘, 당신의 빅팬을 위해서. 흐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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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3. 1. 2. 01:02

 

# 나는 비타협적 표현주의라는 말이 좋다. 그래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좋다.

 

# 멋진 시를 쓰고 싶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가 가지고 있는 무한함과 그것이 아무것도 아님을 아는 것이다.

 

# 안 작가님이 얼마전 나와 작업 얘기를 하다가 목적의식이 없는 작업들을 그저 분출해야만 작업행위를 즐길 수 있을거라 했는데, 그 말은 정답이다. 그것이 내가 풀어내야 할 가장 큰 과제이다. 그리고 시간 관리.

 

# 새해가 밝았지만 별로 달라진것은 없다. 그저 새로운 마음가짐. 그리고 어줍잖은 계획들은 모조리 다 치워버리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

 

# 내 블로그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는지 정말 알 수 없지만, 나와 한번이라도 마음을 주고 받았던 사람이거나 나와 친분을 맺고 싶은 사람이거나 꾸준히 이곳을 방문해준 사람이라면 그냥 안녕 이라고 인사한번 건네주면 좋을 것 같다. 이곳은 나의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방문자 통계랑 검색 키워드같은거 보면 검색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극히 드문것 같아서.

음. 새해에도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다들 행복하시고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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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