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0.24 따뜻한 말, 그리고 음악
  2. 2010.03.26 꿈의 권태에 대하여
Diary2013. 10. 24. 14:29

# 요즘에는 꿈도 따뜻한 꿈을 꾼다. 잔인하고 공포스럽고 불안한 꿈은 당분간 안녕인가 아님 영영 안녕?

 

# '우리는 사랑일까' 그 영화 속 주인공이 갑자기 떠올라서, 사람은 누구에게나 항상 새로울 수는 없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변하고 서로에게 헌것이 되고 그런것마저 너무 자연스러워서 권태롭더라도 우리는 하루 하루 그 순간을 사랑하자 말했다. 무엇이 그녀의 결핍이었을까. 무엇이 만족스럽지 못했을까. 결혼생활의 권태를 이기지 못하고, 설레임을 찾아 다른 남자에게 갔지만 또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그녀. 아무리 그 영화가 디테일하게 여성의 심리를 잘 그려냈다고 한들, 변하지 않는 건 없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자 애인님은, "어떤 이유 -가령 얼굴이 예쁘거나 가슴이 커서- 널 사랑했다면, 이사 온 옆집의 더 예쁘고 더 가슴이 큰 여자에게 눈을 돌릴 수 있겠지. 근데 나는 아니야. 당신이라는 사람이 내 옆에 있어주기 때문이야." 라고 말해주었다.

 

# 당신을 보고 있으면 강물이 생각나 강물이 생각나 상류도 하류도 아니라 아마 중류 어딘가쯤 굽이굽이 허위허위 흐르는 강물 강물 당신을 보고 있으면 강물이 생각나 강물이 생각나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때론 맑은 낯으로 때론 슬픈 빛으로 흐르는 강물 갈대도 억새도 모래도 철새도 조개도 돌게도 물고기도 친구가 되고 흐르는 강물을 보면 당신이 생각나 당신이 생각나 요란하게 고고하게 그림자 드리운 산이 아니라 그냥 보름달의 친구 강물 가을도 겨울도 봄도 여름도 구름도 어른도 아이들도 친구가 되고 흐르는 강물을 보면 당신이 생각나 당신이 생각나 거칠게 광활하게 넘치고 파도치는 바다가 아니라 그냥 그뭄달의 친구 강물

루시드 폴 6집은 듣지 않고도 그냥 구입. 참 아름다운 가사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일상  (0) 2013.11.05
답 없음  (0) 2013.10.26
솜사탕 같은  (0) 2013.10.22
카자 흐- 스탄  (0) 2013.10.22
속닥속닥  (0) 2013.10.21
Posted by goun
Text2010. 3. 26. 01:23

오늘 한강대교를 건너면서 나는 대교의 끝 너머에 있는 오밀조밀한 아파트단지들을 보며 이스탄불 신시가지를 떠올렸다. 마치 대교위를 건너는 나는 트램을 타고 갈라타교를 건너는 것 같았고.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악몽을 꾸었다. 귀신들의 바자회였는데 나는 막대기로 그들의 옷과 물건들을 골랐지만 얼굴에 핏기없는 두 여자는 내게 총을 겨누었다. 축축하고 약간 회색의 분위기가 나는 한옥집의 방과 방 사이에는 장난감 기찻길이 있었는데 그 주위로 또 총알들과 무기들이 잔뜩 널부러져있었다. 남자 귀신들도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내게 꿈은 더이상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것들의 윤곽만을 더듬을 뿐 더 이상 깊이 침식해들어가지 못한다. 아니, 그러지 않는다. 탁하고 어두운 꿈의 미로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윤곽만을 주시하고 더듬기만한다. 꿈이 드러내는 내면은 이전의 것처럼 이미지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나는 꿈에서 권태를 느낀다.
나는 괴상한 수수께끼 그림을 마음속에만 구겨넣고 엉클어뜨린다. 오로지 자기애로만 뒤범벅된 말과 이미지일 뿐인 그것들을 구겨넣는다. 그리고 다시 해독하려하고 헤집어내고 (그러나 답은 없고) 다시 구겨넣고 해독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숲 같은 내장속에서 작업은 점점 내게 말문을 닫으려한다. 그 말문이 트일때까지 나는 그 내장속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해독은 불필요해질것이며 점점 더 명료해질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권태로운 일이라는 것이.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mpty + Empty  (0) 2010.04.15
보들레르의 저항에는 출구가 없나?  (2) 2010.04.10
봄의 나날들  (2) 2010.04.09
예리한 시선  (0) 2010.04.01
무거운 것  (2) 2010.03.23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