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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2013 : Lost Monument2013. 9. 13. 10:31

작업노트 <사라진 모뉴먼트 전시를 준비하며>

 

 

 

 

그대들은 다 어둡고 조심스럽다.

인간이여, 누가 그대 심연의 밑바닥을 헤아렸으랴.

오, 바다여 누가 그대의 내밀한 풍요를 알고 있으랴.

그토록 지독하게 그대들은 비밀을 지킨다.

 

 

보들레르 <인간과 바다>

 

 

 

 

내가 작업 앞에서 해야 할 것은 계속 의지를 갖고 지켜야 할 것이 남았는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의지를 상실하지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 고민은 큰 캔버스 앞에 서면 훨씬 더 큰 고백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작업에의 의지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연약한 존재이거나 혹은 아주 단단해서 구부러지지 않고 부러져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꾸준히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의지의 힘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을 수 있는가? 상실된 것들이, 발견과 경탄이, 혹은 곤혹스러움과 나약함이, 괴로움과 고통이 아름다울 수는 없을까?

 

진실한 아름다움은 늘 도처에 존재하고 나는 끊임없이 사물과 세계를 관찰한다. 그러나 파괴와 상실, 불안과 소멸의 위험이 함께 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며 자신만의 신전을 만들며 방어하거나 그 신전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장렬하게 전사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극단적으로 이분화 되어있는 세상의 질서의 틈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보려 하지만 결국 깨닫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과 연약함이다. 우리는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슨 말을 하고 또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가?

 

사라진 모뉴먼트는 사이성의 알레고리 전시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죽은 기념물들(Dead Monuments)을 연결해주는 모티프이다. 모뉴먼트는 기념비적인 것 혹은 기념물을 의미하지만 소유지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막대기나 기둥, 돌을 배치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분명 존재하고 있으나 쉽게 파괴되고 사라지는 많은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거대한 슬픔과 애도를 감출수가 없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나약함의 도처에서 부조리와 상실을 받아들인다. 결국 앞서 말했던 그 의지는 이 무수한 모뉴먼트들 -속이 텅 비어버린, 의미가 사라진- 을 부숴뜨리고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구출해야만 한다. 비록 스스로 장렬하게 전사한다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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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