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뉴욕으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와 오랫만에 만나 작업이야기만!!! 했다. 그가 생활하는 장소와 내가 생활하는 장소가 달라서, 경험도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준 현대작가들을 구글에서 찾으며 끊임없이 작품들을 보여줬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대화는 절대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과만 나눌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까지, 아주 정확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곧 뉴욕으로 가서 레지던시를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터였다. 많이 불안한 상태였지만 그런 불안은 꽤 부러워 보이기도 했고, 또 작업이야기를 할때만큼은 눈이 초롱초롱했다. 그의 아는 친구가 제프 쿤스의 어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첼시의 4층 건물이 통째로 쿤스의 작업실이라 했다. 물감만 "섞는" 어시가 3명이라는 말에 정말 놀랐고, 그 중 2명이 오케이를 해야 그 색을 사용할 수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쿤스가 콜렉터들과의 파티에서 억대의 돈을 지출한다는 이야기도 매우 쇼킹한 것이었다. 나는 아주 작은 한국이라는 나라, 그것도 남한 땅에서 자라 한국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경험에 대한 욕망이 컸을 때, 많은 것을 내려놓고 내 선에서 최선이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돌아오긴 했지만 내가 결국 내린 결론은 딱 한가지였다. 직접적인 '경험이 많음'이 꼭 작업에 100%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것은 오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분명 경험의 유무에 따라 약간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경험이 온전히 직접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당연한 소리인가) 그 당시의 나는 정말 많이 지쳐있었다고 그렇게 결론을 지을 수 밖에. 그러나 그때의 선택이 아니었더라면 조금의 변화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때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
나는 아주 치열했던 20대를 넘어 이제 그때보다 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월세에 치여 달달거리거나, 식비를 아끼지 않아도 되고, 재료비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매 순간, 나는 정말 작업을 잘- 하고 있는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물음표는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그림의 제목은 World of Nothingness 인데, 아직 20%밖에 하지 못한 과정이다. 이 그림이 어떻게 완성이 될지 나도 궁금해져 잠못 이루는 밤이네. 순간 순간 최선....정말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자. 그것이 길이고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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