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3. 2. 20. 00:04

 

# 요즘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밀린 페인팅 작업 하느라 드로잉도 제대로 못했다. 잠이라는 게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아니 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면 좋겠다. 아니면 인간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서 언제든 시간이 날 때 보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일주일 정도 잠 안자고 작업할 수도 있을텐데.

 

# 피곤이 고사리처럼 피어오른다.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봄 기운을 기다리는 나는 언제든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만 눈 밑은 여전히 쾡하다. 전화기 너머로 피곤에 쩔어있는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우리는 멀리 있으니 난 곧바로 따뜻한 눈길로 그를 어루만져줄 수 없어 그저 잉. 하고 만다. 앙. 하면 그는 왱. 하고 다시 힝. 하면 또 응. 한다. 우리의 대화. 힝. 앵. 응. 앙. 왱. 잉. 앙.

 

# 오늘은 아주 큰 애벌레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는 밀웜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밀웜의 50배쯤 컸다. 손가락 2-3개 정도의 두께에 길이는 25cm정도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대형 애벌레를 잘도 잘근 잘근 씹어 먹었다. 입안에 씹혀진 애벌레 시체를 내게 보여주기도 했다. 뭔가 물컹한 것이 멍게 속 같았다. 나는 결국 그 애벌레 먹기에 실패했다. 꿈에서 깨어나 벌레먹는 꿈 해몽을 찾아보았는데 좋은 건 아니더라. 오늘 하루 심심하게 잘 넘어간 것 같아 다행이다. 끝까지 애벌레를 먹지 않고 버텼기 때문인지도 몰라.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가벗은채로  (0) 2013.02.27
이틀간 꾼 꿈  (3) 2013.02.25
여행 적금 통장  (0) 2013.02.18
  (0) 2013.02.17
요즘 내가 그렇다.  (0) 2013.02.05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