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하면서 만난 친구들은 무엇을 하든 굉장히 호의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리고 대부분 눈이 반짝반짝하고 에너지가 넘치게 삶을 산다. 다들 세계여행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언제가 되었든 (쉰이든, 예순이든)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소액이어도 여행을 위한 적금통장을 만들고 있고,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내 주변엔 80% 이상이 미술전공자이지만, 그들은 아주 정적이거나 아주 동적이다. 극과 극으로 나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부류들이 많다. 그런데 나에게 하는 말이, 정말로 나처럼 모든것(?)을 다 버리고 여행을 떠난 사람은 없다고, 진짜 다 버리고 간 것은 너인데, 많은 여행 에세이집에서 고작 회사 그만두고 간거면서 다 버리고 떠났다는 글을 읽으면 우습다고. 음. 하긴...나는 작업실도 빼고, 일도 그만두고, 가지고 있던 일렉기타랑 주니어 어쿠스틱 기타도 팔고, 그림도 팔아서 겨우 떠났으니 그런 말을 할만도 하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가진것이 없어서(?) 다 버리고 갈 수 있었던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사고싶은 거, 먹고싶은 거 참아가며 쌔빠지게 모은 돈으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서 괜찮다고.
너무 한탕, 두탕을 하다보니 서른이 넘은 지금 나는 정말 새로운 삶을 또 다시 계획하는 중이다. 밑바닥부터, 처음부터 다시 저축을 해야하고, 다시 또 아껴서 생활하는 일상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후회가 없고, 지금의 내가 너무 행복하다고 느낀다. 내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큰 것을 바라지 않고, 내 능력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 여행에서 돌아와서 세계일주를 하던 친구를 한국에서 다시 만나고, 바로 스페인 산티아고에 갈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었다. 스페인의 유혹과 지금 나의 상황과 그때 당시의 마음들을 다 조합해보고 나는 결국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나중에 후회로 남을지언정, 내가 그 한달 여행동안 그만큼의 돈을 벌수 없다고 생각했을지언정, 내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기때문에. 지금은 그때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 뭐든 때를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했으니까.
# 소액으로 여행적금통장을 만들려고 한다. 우선 모은다는 것이 중요한 것. 카트만두에서 시작하는 랑탕 트렉킹을 가기 위해 예전부터 약속을 해둔 양주와 종종 얘기를 한다. '너 나랑 가기로 한거 안 잊었지? 야! 그걸 어떻게 잊냐! 응. 잊지말자. 흐흐.' 터키, 그리스가 정말 가고 싶다는 남자친구와는 아직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기약은 없지만 만일 가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그리고 언젠가는 호주에서 우프를 하며 만나자고 약속한 미래와는 타즈메니아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집트에서 만난 여행광 재훈이는 내게 라오스보다도 인도네시아를 추천했다. 30년전 인도의 모습이라는 라오스도 이제는 예전같지 않고 많이 때가 묻은 것 같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친구가 라오스에 가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언젠가는 라오스에서 만나게 될거야.'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아릅답게 만들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권리. 그런데 많은 것들이 방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해야한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할지. 나는 차근차근히 많은 것들을 버렸다. 그리고나서 많은 것들을 얻었다. 뭐든 안되는 것은 없다. 내가 가진 것은 단지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와 용기 밖에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