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나의 학교에서는 타임캡슐이라는 것을 만들어 학교의 앞뜰에 묻었다. 신생 고등학교였고, 예술 고등학교였던터라 선생님들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1기, 2기 3기들의 '10년뒤 나의 모습에 대한 편지들'을 모아모아 그 타임캡슐에 묻었고, 이제 10년이 지난 10월 초 그 타임캡슐을 개봉했단 소식을 들었다. 내 나이 열 아홉에 스물 아홉의 나에게 무슨 말을 적었을까. 그 당시의 나를 떠올리니 그 편지를 읽는 것이 좀 겁이난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에너지 넘쳤고, 꿈에 대한 열망이 컸고, 굉장히 강박적으로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해 집중했고, 소극적이기도 했고, 시도 간간히 쓰는 낭만주의자였고, 헤비메탈을 접했었고, 정재형과 윤상, 패닉, 듀스, 노영심,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씨, 황보령, 서태지, 윤종신, 너바나를 좋아했었고, 첫사랑을 만났고, 처음으로 전자기타를 샀다. 서양화실기실에서 작가이자 담임선생님이었던 도지성 선생님과 두런두런 작업 얘기를 하길 좋아했고, 또...미술작가로는 안창홍 선생님의 작업을 정말 좋아했다. 그때의 내가 생각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다를까봐 조금 걱정이 된다. 그 편지는 10월 말즈음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뭐라고 적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두려운거다. 아. 이참에 10년 뒤 서른 아홉의 나에게 편지를 써 놓는것이 좋겠다!
Text2011. 10. 16.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