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6. 6. 26. 22:52

# 신경이 예민해지고 날이 서는 상태가 며칠에 한번씩 반복적으로 찾아왔다.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일들을 자꾸만 듣게 되어서 일수도 있고, 이 좁은 미술판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단적 더러움을 마주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최근 다시 불면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어제는 내가 지금까지 꾼 꿈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무섭고, 최고로 잔인한 꿈을 꾸었다. 눈을 뜨자마자 이 꿈을 기록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10초정도 고민한 끝에 기록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랬더니 오늘 내 머릿속은 새하얗다. 그저 텅 비었다. 꿈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남지 않았다. 내 꿈을 모아서 글을 쓰면 정유정작가의 소설보다 훨씬 공포스러울거라고 신랑이 이야기했는데, 나는 요즘 내 꿈들을 기록할 자신이 없다. 여러모로 내 잠재의식이 두려워질때도 있구나. 새삼스러운 일이 다 있다. 내가 나약해졌다는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 하고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아직도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 나의 미래에 대한 갈증이 계속 생겨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인지 목표와 꿈에 대한 얘기들을 자주하게 되는데, 결론은 무엇을 하든지 행복하자는 것이다. 겸허해지자. 큰 그릇의 인간이 되자.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것들은 너무 어려우니 우리 그냥 시나 읽자.' 라고 결론을 짓는다. 어제는 친구가 정끝별 시인의 '은는이가' 시를 낭독해주었고, 그 순간만큼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과 걱정 근심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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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