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6. 6. 16. 14:58

언니.

언니는 나보다 한 살 위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의 용돈을 아껴 내게 주었다. 언니는 어릴적 나보다 한뼘 키가 컸고, 나보다 5등 정도 위로 공부를 잘 했으며, 나보다 얼굴이 희고, 마른 체격이었다. 언니는 중학교때부터 메탈을 들었고, 핫뮤직이라는 잡지를 사서 보면서 새로운 음악을 많이 들려줬다. 언니는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때마다 문제집을 가져가면 다 해결해주었고, 언니의 옷을 뺏어입고 나가도 허벅지를 한대 짝! 맞으면 그만이었다. 언니는 화를 내고 짜증을 내다가도 나중에는 '귀여운 우리 꼬이, 아팠어?'하면서 싱긋 웃었다. 언니랑 같이 먹고 자고 하는 건 성인이 되어서도 몇년간 이어졌다. 언니와 둘이 독립을 하게 되어 나는 뛸듯이 기뻤는데, 막상 집안일은 언니가 더 많이 했다. 그리고 내가 알바에서 짤리거나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언니는 집 월세를 모두 내주거나 내 옷을 사주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주었다. 언니는 돈을 열심히 벌어 부모님께 매달 100만원의 용돈을 드리고, 나에게도 용돈을 주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언니처럼... 그러느라 정작 본인에게는 큰돈을 투자하지 못하고 살았다. 나는 알바를 해서 모은 돈을 한탕 두탕 하며 여행에 쏟아부었는데, 언니는 여행 한번 제대로 간적이 없었다. 언니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이제야 일을 그만 두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언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단다. 이제 내가 언니에게 갚아야 하는 것들이 많다고 느낀다. 아마 평생을 갚아도 못갚을 그런 내리 사랑 같은 것을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여태 받아왔으니까. 언니. 아프지 말고 잘 살자. 행복하게.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6.06.26
개꿈녀  (0) 2016.06.16
혼잣말  (0) 2016.06.15
아름다운 곳  (1) 2016.05.18
나무들  (0) 2016.05.09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