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6. 6. 15. 18:49

나는 요즘 시간의 감각이 무뎌졌다. 한번 어떤 생각이 물꼬를 틀고 번지기 시작하면 하루종일 생각만 하다가 하루가 간다. 식단표를 짰다. 어차피 밥이라는 건 굳이 맛있는 것을 찾아서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은 식단대로 가볍게 하고 점심만 잘 먹는다. 하루 한끼 밥이면 되는 걸 굳이 세끼를 먹어야 되는지 의문이었는데, 식단대로 하다보니까 식비도 줄고 밀가루도 줄고 설겆이 양도 줄고 간편하고 쓰레기도 덜 나와서 좋은 것 같다.

6월이 시작된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작년에는 한달에 6-7권씩 꼬박꼬박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책 읽는 속도가 더뎌졌다. 뭐든 다 느려진 것이다. 최근 신랑이 몇년 전 죽은 빼꼼이 사진을 몇개 보내주었다. 아주 어려서 팔랑거리고 포동포동하고 예뻤던 때. 그리고 죽을 날이 얼마 남지않아 얼굴과 몸에 가죽만 남아있고 눈이 퀭하던 때. 바짝 바닥에 누워 무슨 생각을 하는지...멍하게 허공만 바라보던 개. 이후로 강아지는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우리는 종종 그렇게 사진을 꺼내어보고 있다.

가끔 나는 신랑이 내 짝꿍이어서 너무 다행이고 고맙다고 느낀다. 힘든 와중에도 주말마다 공부를 하고, 시간을 쪼개어 쓴 덕분에 회사 내에서 혼자 자격증을 땄다. 내게 무슨일이 생긴대도 해결해 줄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변화를 주기위해 오늘도 계속 고민하고 노력한다. 나는 우리 부부의 앞날이 밝을거라고 믿는다.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고, 같은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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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