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가신지 벌써 20년이나 지났다. 부모님의 시골생활은 처음부터 정말 녹록치 않았는데, 아버지의 전각 박물관 운영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고, 먹고사는 문제로 간간히 일을 나가시기도 했고, 박물관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집 안의 수도가 터져 작은 공사와 작품들 보수로 엄청 고생도 많이 하셨다. 이사도 무지 많이 하셨고, 그 사이 아버지의 6000점 넘는 돌들이 옮겨지다가 부숴지거나 금이 가기도 했다. 다시 터전을 잡은 영주에서도 또 몇번의 이사 끝에 작품들을 잘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찾으셔서 얼마전에야 그 공간을 볼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만성적으로 불편해하시던 아버지의 부비동 쪽 코 수술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엑스레이를 찍다가 폐에서 2.7센치 정도 되는 암을 발견했다. 두달 전 다른 곳에서 찍었던 엑스레이에서는 아주 깨끗했다고 했는데. 그 두달 사이에 그렇게 빨리 커질 수 있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면서 이런 암 조기발견은 너무나 큰 천운이라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내가 시험관을 계속 실패하며 나에게 오지 않은 그 운들이 아버지에게 가서 이렇게 천운을 누리시는 거라면 전혀 슬프지 않다고 느꼈다. 내가 병원에 생필품과 반찬들을 이고지고 가져갔더니, 그 돌덩이 같이 무거운 걸 바리바리 싸들고 온 딸이 안쓰러웠는지… 아버지가 병상에서 내게 고생했다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그런거 참 안보내시는 분인데. 나는 아기도 잘 키우고 싶고, 착한 딸도 되고 싶고, 작업도 잘하고 싶고 그렇지만....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가장 최고니까! 아버지의 코 수술은 잘 끝났고 이제는 폐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런저런 검사들을 하고 난 뒤, 5일만에 병원 퇴원을 하며 함께 시골에 왔다. 작업장에도 들렀는데, 아프셨는데도 그 사이 이렇게 정리를 잘 해두신걸 보니 참 몸을 움직이는걸 좋아하시는 건 여전하다 싶었다. 나도 아버지의 그런 면들을 닮았다.
아빠의 칼들들 보고 있으니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네. 아버지가 오래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버지가 작업도 계속 하시고, 또 아버지의 작품도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이제 곧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걱정이 많다. 수술이 잘 되서 이전보다 더 건강해진 모습을 뵐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아버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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