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1.28 근황
  2. 2011.02.05
  3. 2010.08.01 교감
Diary2013. 1. 28. 12:52

#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계속 누워있었으니까. 빈혈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 방에서 거실까지 걷는것도 어려웠고, 내 얼굴의 창백한 정도도 심각한 상태였단다. 그래서 결국 목요일에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계속 요양하다가 주말에 엄마와 애인님이 집에 방문해주었다. 엄마가 날 보더니 너무 속상해하셔서 얼른 일어나야지...했는데 정말 엄마가 해주는 음식 먹고 토요일부터 조금씩 얼굴에 핏기가 돌더니 어제는 힘이 조금 났고, 오늘은 어지러운것도 많이 없어졌다. 이젠 힘도쓰고 그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엔 중요한 약속 두개를 취소했고, 힘들게 2차까지 붙은 곳에 면접도 보러가지 못했다. 뭐 아쉽긴 하지만 건강이 더 먼저니까 하고 스스로를 달랬다. 아직까진 빈혈약도 계속 먹어야하고, 힘든 운동이나 오래걷기는 하지 못한다. 봐야할 전시가 천진데, 휴. 얼른 몸이 회복되었음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진심 건강하다고 자뻑하지말고 아프기 전에 몸 사리고 챙길것이다. 몸이 회복되면 제일 먼저 부산에 가고싶다. 자갈치 시장에도 가고, 남포동에서 씨호떡도 먹고, 국제시장에서 빈티지옷도 잔뜩 쇼핑하고, 겨울 바다도 보고... 낙동강 하구둑 갈대숲, 이제는 많이 변해버렸을 다대포...20살에 혼자 다녀온 을숙도 철새 도래지에도 다시 꼭 한번 가보고싶다.

 

# 훌리오메뎀 감독의 영화들 참 좋아하는데 얼마전 <대지>보고서 또 와!!! 했다. 90년대 영화의 분위기와 묘한 인물들과 신비로운 느낌과 대사들...멋졌다. 그리고 로맹가리의 <흰개>도. 참 글 잘쓰고 영화 잘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 어제 우리는 서로의 가능성에 대한 얘길 하다가 갑자기 이런 대화를 나눴다. "사랑이 모야? 나도 잘 몰라. 사랑이 뭔데? 응?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우리는 사랑이야. 사랑이 뭔지 모른다고 했잖아. 응. 그래도 우리는 사랑 맞아. 사랑이지. 응. 사랑이야."

 

Tala Mad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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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1. 2. 5. 02:00



칼릴 지브란은 충동없는 삶이 참으로 어둠이고, 모든 충동은 앎이 없으면 장님에 지나지 않으며, 모든 앎은 일하는 것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익하고, 모든 일은 사랑이 없으면 공허하다고 말했다. 충동없는 삶. 앎이 없는 충동. 일하지 않는 앎. 사랑이 없는 일.

케이블티비에 나온 김윤아 인터뷰를 보고 내가 좋아하던 김윤아가 아직 거기에 그대로 있구나하고 느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가 그대로 그녀의 한 가운데에 있어서 나는 참 좋았다. 김윤아라는 여자가 창작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이나 바람직했다. 정신의 한올 한올 결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그녀는 알았다. 그 정신의 결들을 곡으로 만드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 자체가 너무나 큰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솔직하게 말해 심하게 부러웠고 질투가났다. 결혼 후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던건가. 충동, 예술, 정신, 사랑...견고하면서도 연약하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항상 가슴안에 품고 살아야 하는 것들. 그것들을 오랜 시간동안 어느부분은 간직하면서, 어느부분은 풀어내고 다듬으면서, 다시 인풋과 아웃풋의 과정을 거치며 성숙되는 모습이 부러웠던 것 같다. 삶을 그렇게 살아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보였다.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자신의 것들을 온전히 쏟아내는 것도. 그리고 그 안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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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8. 1. 01:28

# 미셸 우엘벡의 새 소설을 읽다가 '만일 내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나머지를 이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라는 문장에서 갑자기 슬퍼졌다.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적이 언제였지 하는 생각과, 그저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밤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나지 못한게 언제부터였지 하는 생각.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계속 같은 사람인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걸까.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서 그 사랑의 감정 자체가 사그러드는 것은 아닌데 점점 힘들고 어려워진다. 내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사랑은 항상 넘치고 흘러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작업에게, 주변의 물건들에게, 신에게마저 주고도 남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지? 하는 생각이 문득 엄습해오는 것이다. 난 오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너무 이뻐서 사랑을 마구마구 퍼주고 왔다. 아이들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뭐니뭐니해도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교감이 가장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 여행은 내가 추구하는 감각들을 요동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장치이다. 내가 외부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하는 통로같은 것. 어둠속으로 침몰하는 눈부신 추억들을 고스란히 기억의 양 날개 위로 펼쳐놓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나를 그 환상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듯이.
세상의 곳곳에는 행복의 가루들이 널려있는데 그것들의 밀도를 결정짓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것들은 매우 섬세하게 놓여있기도 하고 눈에서 멀리떨어져서 찾기 쉽지 않도록 흩어져있기도 한다. 그것은 매우 한정적이기도 하고 무한하기도 한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나는 나로서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내가 원하는 열망은 매번 고스란히 피드백된다. 지금은 그런 상태이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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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