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간 생각이 좀 많았다. 생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를 점점 더 조여오는 것들을 잊어버리기 위해 매번 영화를 튼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 안에서 이란의 택시운전사 딸이 되기도 하고, 스웨덴의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 가출소년이 되기도 하고, 독일에 살며 일본인과 연애하다가 차에 치어 죽는 젊은여자가 되기도 하고, 인도의 거대사업가가 되기도 하고, 싱가폴의 맹인에게 요리를 해주는 할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들의 삶을 너무 금방 흡수해버려서 눈 앞에 둥둥 떠다니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감정들로 괴로웠다가 행복했다가 한다. 그리고 다시 나의 삶으로 되돌아 왔을 때 그들의 삶 처럼 내 삶도 허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언제나 당당하고 흔들림이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도 쉽게 뒤집어질 수 있는 가상의 감옥 같은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 완전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불완전한 것들에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절룩거리는 아이가 분장이 아닌 실제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그 영화 속 현실이 곧 우리의 현실임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 앞에 직면하고 서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는 없겠지. 그저 인생이 비참한 것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해야하는 상황이 나는 너무 괴롭고, 또 괴롭다. 왜 비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들이 드리우는 그림자는 역시나 스스로는 떼어낼 수 없는 것들이니까. 그러나 그것들 또한 지나가리라. 이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안그러면 미쳐버리게 되니까.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버렸네. 이 시가 갑자기 생각나는 밤이다. 오늘은 밝고 긍정적인 영화를 봐야지. 그리고 또 불완전한 내일을 살고 또 내일의 내일을 살고.
Text2011. 2. 13.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