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3. 2. 19. 14:20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설겆이를 하고, 차를 한잔 마시고, 집안의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오늘따라 찬 겨울 바람이 좋았다. 티비를 켜자마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가 나왔다. 내가 걸었던 그 길을 엄홍길 대장과 엄홍길 휴먼 재단 사람들도 함께 걸었다. 비레탄티가 나왔고, 그 작은 동네의 사람들도, 그곳에 짓는다는 학교도 나왔다. 그리고 간드룩, 그 다음엔 눈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도반, 그리고 마차푸차레까지의 일주일 여정을 보며, 뭔가 가슴 벅찬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 길을 걸었다, 내가 저 곳에 있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지상보다 하늘이 더 가깝게 보이던 그곳에 내가 있었다. 엄홍길 대장은 안나푸르나에서 잃은 3명의 대원들에게 제사상을 차리고 그들에게 기도했다. 휴먼 재단은 네팔에 16개의 학교를 세우고 있다고 한다. 룸비니의 작은 빌리지에도 예쁘고 큰 학교가 세워져 있었다. 학교 뿐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인력들도 채워지고, 아이들도 그만큼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나도 함께 빌었다.

 

오늘따라 마음이 행복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른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인데, 무척이나 행복했다.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생각하고 느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좋았다. 사랑하고 살고, 사랑하는 사람과 각자 서로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 나는 시간에 쫓기며 작업하지 않고, 언제든 음악을 듣고 싶거나 영화를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내가 가진 건 이 금쪽같은 시간과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들, 그리고 순간 순간 행복을 느끼는 것이로구나. 더 이상 내게 뭐가 필요하겠나. 이런 자유로움이면 충분하다. 나는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 나만의 자유를 누리면서! 결혼, 출산, 육아....이런 것들도 내 자유를 방해하지는 못할것이야. 내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는 아름다운 남미를 다녀와야겠다. 이런 계획과 목표들이 지금은 막연한 것 같지만 20대의 나도 똑같이 그랬었다. 서른이 되기전엔 인도와 히말라야에 가야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끝까지 갈망하다보면 안되는건 없다. 작업도 죽을때까지 그렇게 갈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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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