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1. 5. 7. 13:39

구 국군광주병원 : 이 곳은 5.18의 역사와 삶이 공존했던 곳이다. 기밀 장소 였어서 지도에도 표기가 안 되는 곳. 

 

이 장소를 보고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예약 없이 무작정 택시로 이동했다. 이 곳은 총 7동의 병동이 있고, 그게 뒤쪽에서 하나의 복도처럼 쭉 이어져있다. 그러니 바깥을 나가지 않고도 7개 병동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말.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낌이 정말 싸하면서 좀 으슬으슬 춥고 무섭기도 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이 장소에서 빛을 내고 있을까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예약하지 않고 간 사람들은 우리의 기차 시간 한참 뒤에나 입장을 시켜준단다. 그래서 이거 어쩌나, 다시 돌아가야 하나, 아까운 택시비.... 이러고 있는데, 그 안에서 갑자기 "미술 관계자분들이세요? 하고 물으셔서 작가라고 하니까 그냥 들여보내주셨다. 오 하~!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인 패스도 종종 쓸모가 없을 때가 많은데 왠지 오늘의 작가 패스가 기분이 좋긴 좋았다.  

 

공간이 주는 아우라...말해 뭐해. 정말 한동 한동 전시를 보는데, 여기 안 왔음 정말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돌아오는 기차 시간에 딱 맞게 전시를 보았다. 이 전시는 다 보는데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도착했을 땐 너무 흐린 날씨였는데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고새 맑아졌다. 푸른 하늘보단 회색 하늘이 이 공간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광주 비엔날레 당일치기. 셔틀도 제때 못 타고, 본관과 병원 두 군데밖에 못 돌았지만 전시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업되는 그런 날이었다. 

Posted by goun
Diary2021. 5. 7. 13:28

항상 시간에 쫓기는 두 처자는 며칠을 고민하다 하루 전 재빨리 광주 KTX를 예매하고 오전 7시 반 기차를 타기 위해 용산에서 만났다. 광주까지 소요시간은 약 2시간. 도착하자마자 유명하다는 순대국밥집에서 한 그릇 뚝딱하고서 비엔날레 본관까지 택시를 탔다. 원래 셔틀이 있지만 시간이 굉장히 애매하기 때문에 아침을 포기하면 10시에 광주 송정역 지하철 3번 출구 근처 택시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우린 배가 고파 포기.ㅋㅋㅋㅋㅋ) 택시로는 30분 정도 걸린 것 같고, 이날 날씨가 너무 우중충하고 비도 오고 해서 빨리 전시장으로 이동했다. 

1층은 무료 관람이라 그런지 동선이 매우 어지럽고 이리저리 작품들이 널려있는 느낌이었는데, 다른 관 부터는 동선 짜임이 괜찮았다. 큐피커를 다운로드하여 갔기 때문에 작품들 번호 앞에서 작품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전시를 훌훌 보려고 했으나 꼼꼼히 보게 되는 효과가...ㅎㅎㅎ (5관까지 꼼꼼하게 보려고 하다 보니 막판에 다리가 진짜 아팠다.) 이런 저질 체력으로 어딜 가나 싶은 생각이 들어 본관 전시를 보고 난 뒤, 두 곳을 포기하고 한 곳만 가게 됨. 

 

전반적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작가들 작품들 특히 페인팅이 좋았다. 그리고 엄청 좋았던 영상이 있었는데, 정작 그 작품은 사진에 담질 못했다. 자콜비 새터 화이트 작가의 작품이었고 제목은 '우리가 서로를 다치게 할 때 그곳은 지옥이 된다'이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작가의 엄마를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했고 영상은 정말 눈을 떼기 어렵게 강렬했다. 영상작품들을 끝까지 잘 보지 못하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본 영상이다.ㅎㅎㅎ 빨리 본다고 봤는데도 4시간 가까이 걸렸다. 다시 밥을 먹고 우린 구 국군 광주 병원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2편에서 계속)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