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에 해당되는 글 149건

  1. 2013.01.02 보르헤스 - 원형의 폐허들
  2. 2012.12.18 XXX
  3. 2012.11.01 흰 개
  4. 2012.10.17 <피로사회>를 읽으면서
  5. 2012.08.13 nothingness / nonbeing
books2013. 1. 2. 21:27

2008년에 개인전을 했던 갤러리 큐레이터 분께 얼마전 문자가 왔었다. 보르헤스의 책을 읽고 있는데 내 작업이 생각난다고. 그 책은 나도 가지고 있던 것이었긴 했지만 그 챕터를 읽진 못했기에 얼른 책을 읽어보았다. 원형의 폐허들. 난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이 모든게 전에 일어났던 일 처럼 느껴져서 왠지 모를 현기증이 났다. 왜냐하면 보르헤스가 쓰고 있는 꿈에 대한 내용들에서 빨간 아담, 부러진 팔, 세헤라자데의의 이야기가 모두 내 그림에 있는 것들이라서. 이미 내가 그려놓은 이미지들이 겹치는게 신기하기도 한데 하나의 짧은 단편소설 안에서 이렇게 많은 것들이 겹칠수도 있는건지 그 모든게 아이러니였다. 원형의 폐허들을 3번정도 정독했지만 내용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이 글에 꽃히는 이유는 비유적인 단어들이 내게 주는 이미지와 느낌들이다. 뭔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가 꿈을 꾸는 방식, 그의 글쓰기가 알수없는 환영들을 만들어준다. 아무튼 희원 큐레이터님께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싶다. 작업에서 필요한 멋진 쏘스를 얻은날이라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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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2. 12. 18. 22:30

XXX

허기를 달래기엔 편의점이 좋다.

시간이 주는, 묘한 느낌을 알기엔 쉬는 날이 좋다.

몰래, 사람들 사는 향내를 맡고 싶으면 시장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모습을 보기엔 극장이 좋다.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기에는 파도가 좋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생각할 필요 없이 내가 태어난 곳이 좋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위로 받기엔 바람부는 날이 좋다.

여행의 폭을 위해서라면

한 장보다는 각각 다르게 그려진 두 장의 지도를 갖는 게 좋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기 위해선, 높은 곳일수록 좋다.

세상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 좋다.

희망이라는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근거릴수록 좋다.

고꾸라지는 기분을 이기고 싶을 때는 폭죽이 좋다.

사랑하기에는 조금 가난한 것이 낫고

사랑하기에는 오늘이 다 가기 전이 좋다.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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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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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2. 10. 17. 18:28

...사색의 능력이 반드시 영원한 존재에만 묶여 있는 것은 아니다. 떠다니는 것,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이야말로 오직 깊은 사색적 주의 앞에서만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긴 것, 느린 것에 대한 접근 역시 오랫동안 머무를 줄 아는 사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속의 형식 또는 지속의 상태는 과잉활동성 속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깊은 사색적 주의의 거장이었던 폴 세잔은 언젠가 사물의 향기도 수 있노라고 말한 바 있다...(중략)...오직 깊은 주의만이 "눈의 부산한 움직임"을 중단시키고 "제멋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자연의 손을 묶어둘" 수 있는 집중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사색적 집중 상태에 이르지 못한다면 시선은 그저 불안하게 헤매기만 할 뿐, 아무것도 표현해내지 못할 것이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면서 끝없이 자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추월해야 한다는 파괴적 강박속에 빠지는 것이다. 자유를 가장한 이러한 자기 강요는 파국으로 끝날 뿐이다...(중략)...예속과 기투(하이데거의 용어, 독일어 계획, 구상, 초고로 번역됨)는 상이한 두 가지 존재 양식이다. 초자아에게서는 부정적 강제가 발생한다. 반면 이상 자아는 긍정적 강제력을 발휘한다. 초자아의 부정성은 자아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이상 자아를 향한 기투는 자유의 행위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아는 일단 도달 불가능한 이상 자아의 덫에 걸려들면 이상 자아로 인해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만다. 이때 현실의 자아와 이상 자아의 간극은 자학으로 이어진다.

 

21세기 대표 질병인 소진증후군이나 우울증 같은 심리 질환들은 모든 자학적 특징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폭력을 가하고 자기를 착취한다. 타자에게서 오는 폭력이 사라지는 대신 스스로 만들어낸 폭력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러한 폭력은 희생자가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

 

피로사회를 읽다보니...중반쯤부터 재미있어진다. 그런데 다 읽고나니 우울하다. 피로사회 챕터 다음에는 우울사회가 나오는데, 어쩔 수 없이 자아를 상실한 목적도 없고 공허함만 남은 인간을 호모 사케르에 비유한다. 가해자이면서 희생자이고 주인이자 노예가 되고 자유와 폭력이 하나가 되는 이 사회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이란. 이상적 가치를 잃어버린 자아는 무조건 건강을 위한 삶을 찬양한다. 아무런 목표의식 없이 목적 없는 공허한 합목적성으로 전락되어버리고 마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씁쓸한 결론이다.

 

'성과사회의 호모 사케르 이들의 생명은 완전히 죽지 않은 자들의 생명과 비슷하다. 그들은 죽을 수 있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살 수 있기에는 너무 죽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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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2. 8. 13. 06:39

 최근에 벽화를 한다고 몸을 좀 썼더니 쉬어도 쉬어도 온몸이 무겁다. 어제 알바 마치고 8시에 들어와서 씻고 바로 잤는데 새벽 5시에 눈이 떠져서 그냥 일어나버렸다. 그리고 라디오 헤드의 <Kid A> 앨범을 꺼내 틀었다. 새벽 공기와 함께 울려퍼지는 톰요크 목소리에 다시 한번 예전 기억들이 떠오른다. 요즘에 읽고 있는 책은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인데, 책이 아주 매력적이다.

...노래 속 톰 요크는 늘 파괴의 위험에 처한것 같고 속물들과 내통하거나 삼손처럼 신전을 무너뜨리고 자신도 장렬하게 죽음을 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어떤 고통와 함께 아기자기한 편안함, 소박함, 투명함과 연약함을 느끼다가 엄청나 파괴력에 대항해 비난과 협박을 느끼게 되고 어느새 바깥에 있던 폭력이 안으로 끌려들어온 듯 양쪽이 서로에게 답을 하는 듯한 상황이 된다... 중학교때부터 강렬하게 좋아했던 밴드다...라디오헤드는. 고등학교시절 <OK COMPUTER> 앨범에 미쳐가지고는...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맨날 흥얼거리면서 돌아다녔었는데. 일본서 공연했던 라이브 EP도 있고. 해외 사이트에서 겨우 구했던 거다. 요즘들어도 역시 좋구나.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행복하다. 왕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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