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1. 5. 15. 04:27

# 예전처럼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다. 요 몇일간. 이상하게도 생각이 자꾸만 안좋은 방향으로만 흘렀다. 나는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되었고, 그만큼 희망같은 것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고, 그러고나면 무기력해졌다.
하얀 캔버스위에 재현된 시간들이 마치 내게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니'라고 묻고있는 것 같다. 때때로 그 시간들이 아예 육화되어버려서 눈앞에 버젓이 놓여있다해도 나는 그 순간을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흘려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나는 '쓰레기 같은 시간'이라는 문장을 참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쓰레기 같은 시간. 그러나 그 문장은 지금의 나를 위로해줄 수 없다.

# 물욕을 멀리해야겠다고 다짐한지 몇일 지나지 않아 또 질러버렸다. 소리가 아주 예쁘고 맑은 기타가 하나쯤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다른 노멀한 통기타 보다 바디가 조금 얇고 까랑까랑한 소리가 나는 어쿠스틱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에 들어간 뮬 사이트에서 내게 어울릴만한 기타를 찾았다. 나의 네번째 기타가 될 그 녀석이 너무 기대되서 잠을 잘수가 없었다. 얼마만의 떨림과 기대감인지! 반려기타를 맞이할 생각을 하니 심장이 목구멍으로 차오를 것 같다.

하루를 기다려 내 손안으로 전달된 이 기타. 엠프가 있어야 하고, 스탠드로 하나 장만해야한다. 이제 시간이 날때마다 띵까띵까.

(이쁘다, 이름은 뭘로 짓지?)

# 네오 라우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두근두근거리는 무언가가 있다. 
최근의 나는 시간을 아주 빨리 돌려서 서른 다섯쯤으로 살고 있으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늦추거나, 멈추거나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미련같은 것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것이 지겹고, 이제는 불안을 떨쳐버리고 싶다. 포기하는 것도, 욕심을 버리는 것도, 익숙해지는 것도 행복을 위한 지름길이 아닌것은 확실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네오 라우흐의 그림을 보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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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