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8. 7. 16. 17:12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아서 작년에 썼던 전시 스테잇먼트를 다시 꼼꼼히 읽었다. 내가 그 글을 쓸 때, 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고 너무 놀랐고, 그 이후로 계속 프리모 레비의 책들을 사거나 빌려가며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난민'이라는 모티프는 '난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으로서의 사람들, 희생자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를 포함하는 의미였다. 그리고 프리모 레비의 책에서 <아우슈비츠의 소녀>라는 시를 읽었을 때 매우 큰 전율같은 것이 있었다. 난 그 시를 꼭 내 스테잇먼트에 인용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구절은 "타인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 속에 함께 산다."였다.

난 이번 전시에서도 여전히 희생자들을 다룬다. 내 작업의 내용은 어쩌면 2009년부터 계속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의 폭이 그것밖에 되지 않아서일수도 있고, 계속 그림으로, 작업으로, 글로 풀어낸다고 해도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계속 가슴 깊은곳에 박혀 있는 것 같아서일수도 있다. 자극적인 이미지만이 방법은 아닌데 나는 계속 그 자극적인 이미지(남들이 말하는)가 계속 마음 속에 남아있다. 저것을 그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인 것이다.(사실 나는 그 이미지들이 그리 자극적이라고 느끼지도 않지만) 어쨋거나 나는 이미지만이 전시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내가 작업을 하면서 소재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회화 작업에 있어서 그 지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어렵고 힘이 든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 어떻게 그릴 것인가. 나는 '어떻게'가 반대로 굉장히 쉬울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형식을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그렸다. 형식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것이 아니고, 고민을 했다해도 쉽게 바꿀 수 없었다는 말이다. 결국 내가 그릴 수 있는 만큼 나온다. 참 무섭다. 내가 내 틀 안에서 깨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참 어렵다. 난 그리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다. 지금까지 모든것을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며 용기있게 살아왔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작업에 있어서만큼은 그저 한없이 낮아진다. 그게 나의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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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