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그림 안을 휘 휘 저으면 나의 감추고 싶은 저열한 욕망들이 마블링을 그리며 출렁거릴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용광로에 떨어져 생을 마감한 그 젊은 청년의 인생처럼 한순간에 녹아버릴 뼈이고, 몰래 훔쳐봐야할 내 마음속의 밤이고, 어둡고 불투명한 가짜 장례식의 한 장면이다. 나는 그 그림 안을 들여다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애도하겠지. 그러면서 나는 내가 왜 이곳에 이토록 오래 앉아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 녹아버린 뼈들을 그리고, 내 스스로를 익사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휘 휘 젓고 저어보아도 어두움뿐인 그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그릴 수 있을까. (2010)
예전에 쓴 글들을 읽어보고 있다. 올해 개인전 때 낼 도록에 좀 싣고 싶어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별로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