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에 다시 붓을 들었다. '각자의 밤'이라는 에피톤의 새 앨범을 들으며 열정적으로 붓질을 하다가, 문득. 난 여기에, 이 장소에서, 붓을 들고 있는 지금의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냥 다른 것 다 필요없고, 작업을 하고있는 내가 너무 좋아서. 오롯이 그냥 그것이 진실이라는 게 너무 극명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 스낵면, 오징어짬뽕 이 세개의 사발면 중 하나를 골라먹는것도 좋고, 밥버거 사다가 한끼 해결하는 것도 맛이 좋으니 됬고, 하던 작업 하나를 망치고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만 다시 하면 되니까 좋지. 지금 내 기분을 글로 표현하자면, 지하 습기에 축축해진 앞치마를 잠시 바깥에 널어두고, 다시 보송한 앞치마를 두른 그런 기분이다. 붓을 들고 있을때 가장 큰 편안함이 온다. 이 순간 모든것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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