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4. 8. 25. 18:11

 

 

몇일간 작업실에 나오지 못했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강아지를 집에 혼자 두고 나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해야하는 작업들은 계속 딜레이 되고, 내 마음도 그만큼 초조하고 힘들어졌다. 그 어린 아이는 내가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가방을 메면 나갈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현관 정 중앙에 꼿꼿하게 앉아서 슬픈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당장 수액으로 혈당을 올려두긴 했지만 계속 수액을 맞아야하고, 여전히 비틀거리며 걷는다. 거의 대부분은 누워있지만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심장 때문에 헐떡인다. 심장 부위에 손을 대는 것이 굉장히 무섭다. 왜냐하면 엄청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데, 찌릿 찌릿한 느낌이 바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얼마나 괴로울까.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엄청 힘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 눈물만 나고.

 

내 눈앞에서 쇼크가 오는게 난 가장 겁이나지만, 더 겁이 나는건 내가 집을 비우고 작업실에 있을 때 혼자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몽골에서 사온 아가 신발 2짝을 빼꼼이에게 신겨보았다. 마음으로는, 예전처럼 달렸으면 하고 바라며 신겨주었던 건데 얘는 내가 자신의 발에 신발을 끼우는 것 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온몸에는 기운이 없고 눈으로 내게 뭐라고 말을 하긴 하는데 예전처럼 알아차리긴 어려웠다.

 

빼꼼이와 언젠가는 이별할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일주일을 남겨두고 건강히 지내다 가면 좋을것을. 나는 하루하루 이 아이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려고 한다. 이 아이가 나에게로 와서 내게 주었던 수 많은것들을 하나 하나 곱씹으며.

 

 

*

 

 

달에서 진줏빛 광채가 사라졌어요.

이끼 낀 강둑 구불 구불 굽은 길

행복에 가득 찬 꽃과 푸념하는 나무들,

그것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요. 장미꽃 향기마저

자기를 숭배하는 공기의 품 안에서 죽었지요.

모든 것, 당신의 일부 말고는 모든 것이 죽었어요,

당신의 눈에 비치는 천상의 빛,

고개 든 눈 속에 어른거리는 영혼 말고는 모든 것이,

나는 그 눈만 보았어요, 그것은 내게 전부였어요.

나는 그 눈만 보았어요, 하염없이 그것만 보았어요,

달이 질 때까지 그 눈만 보았어요.

수정 같은 그 천상의 구체에 쓰여있는 듯한

가슴속 사연들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고뇌는 얼마나 어두웠는지! 하지만 희망은 얼마나 숭고했는지!

긍지의 바다는 얼마나 소리 없이 잔잔했는지!

...당신의 두 눈은 가려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가지 않고 있어요.

그날 밤 나의 외로운 발길을 밝혀준 눈은

나를 떠나지 않았어요.(희망은 떠났지만)

눈은 나를 따라다녀요....... <꿈속의 꿈>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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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