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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9 플라타너스 길
Text2010. 5. 29. 02:53
음력 생일은 헷갈린다며 이제부터는 양력을 챙긴다고 선포한 엄마. 아침의 영상통화가 고작인 못난 딸의 전화에 완전 들떠보이던엄마는 아침부터 미역국 먹고 산에 올라갔다왔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셨다. 다음달로 생일 선물을 미루고서 얼른 알바 소식 확답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보라매 공원으로 가서 플라타너스 길을 쌩쌩 달리고 있으니 엄마 생각이 계속 났다. 플라타너스 풀 냄새가 참 진해서 행복했고 또 때마침 오버더 레인보우 음악이 들려서 행복했고 벤치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것도 행복했고 넓은 잔디와 햇빛이 만들어낸 이쁜 그림자들도 덩달아 행복해보였다. 고등학생들은 야외수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들을 보니깐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 고등학교 때의 나도 야외수업이나 사생대회를 진짜 많이 나갔었는데 그때가 생각나서였나보다. 대회때마다 나는 신기한 장소 찾아보겠다고 이상한 골목골목 작고 소소한 물건들을 그렸었다. 내 기억에 탁 트인 전경이나 나무 풀 연못 같은건 절대 그리지 않았고 쓰레기더미 어긋나 있는 지붕 나무 뿌리 이상하게 생긴 기구 엉킨 전깃줄 빨래들이 만들어내는 모양들을 좋아했고 그것들을 그렸다. 수채화든 유화든 물감냄새는 참 좋다. 도파민을 유발하는 뭔가가 있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예전에 물감 색마다 다른 냄새가 난다고 했던 친구가 갑자기 생각난다. 그 친구따라 색색의 냄새를 구분해보려고 애썼던 기억. 하긴, 연필 냄새도 좋다. 그리고 슥삭슥삭하는 소리도. 그림에 대해서 안 좋은게 뭐가있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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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