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2015. 9. 22. 22:08

전시본다고 돌아다니다보면 정신없이 3-4시간이 간다. 칠보사라는 절이 종로 11번 종점에 있어서 잠시 들렀다가, 삼청동 끝에서부터 전시보기를 시작했다.

오늘의 내 루트는, PKM갤러리-갤러리 도스-갤러리 도올-갤러리 스케이프-국제 갤러리(신관, 본관)-학고재-세움 아트 스페이스-아라리오 갤러리-트렁크 갤러리-아트 선재-이화익 갤러리. 그 중에 인상적이었던 전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런데 소개하려고 하니까 두개의 전시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스케이프에서 곧 막을 내리는 2인전의 안지산 작가님 아버지는 안창홍 선생님이시고, 세움에서 전시하는 허보리 작가님의 아버지는 허영만 만화가이시다. 두분 다 어마어마한 아버지를 둔 작가분들이다! 안지산 작가님의 그림은 한국에서 처음 전시하는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음), 왠지 예전에 안창홍 선생님께서 아들분 얘기를 해주셨던게 기억이나서 큐레이터분께 여쭤보았더니 그분도 잘 모른다고.-_-;;; 그래서 안창홍 선생님께 직접 여쭤봤더니 맞다고 말씀해주셨다. 예전에 작업 좋다고 잠깐 얘기해주셨을 때, '안창홍 선생님이 좋다는 작업이면 진짜 좋은가보다...'라고 생각했었다. 아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씀하시는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에 대한 답을 오늘 알게됬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다.

이 작업은 토시유키 코니시 작가의 작업이다. 난 맨위의 작은 작업이 가장 좋았다. 

이 작업이 안지산 작가님의 작업이다.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의 형상이 비슷하게 나와서 벨기에 작가 Michael Borremans의 작업이 연상되긴 했는데, 그 작가보다 훨씬 감각적으로 잘 그리시는 듯. 이전의 작업들도 실제로 봤으면 싶다. 지금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한다.

갤러리 지하에 전시되고 있는 토시유키 코니시 작가의 작업들도 참 좋았다. 자유로운 필치 +  색감이 주는 뭔지 모를 따뜻함이 있다. 이 작가는 사람들의 형상을 뭉개뜨리고 지우고 덧입히지만 분명 시선은 차갑지 않다. 그게 좋았다.

*

세움 아트스페이스는 올해 3월에 개관한 곳인데, 지하 3층 깊숙한 곳까지 총 4개의 층이 전시장이다. 이 4개의 층을 모두 다 써서 개인전을 하고 계신 허보리 작가님 작업들. 핸드폰 배터리 관계로 사진이 얼마 없지만, 실제로 이 작업을 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동의 결과물이었다. 일일이 꿰매서 탱크를 만들다니. 이런 에너지는 본받아야 함...

전시장 돌아다니고 볼일보느라 오늘 하루를 다 썼네. 그래도 이렇게 다리 아프게 전시장을 돌아다녀야 뿌듯한 느낌이 든다. 얼마전 [아시아 예술극장]에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과 차이밍량,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등의 주옥같은 영화들을 상영했지만 너무 멀어 가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카탈로그를 읽어보았다.

"영화와 같은 평면적 매체를 통해 다층적인 구도를 만드는 것은 내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 즉 연극을 통해 이를 탐구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발상은 극장의 관객들을 모종의 질병에 감염시키는 것이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하...최근 영화들은 꼭 찾아서 봐야지. 그리고 다가오는 부산국제영화제도 기다려라!!! 개막작인 인도영화 <주바안>은 시간이 안되서 보지 못할 것 같지만.ㅠㅠ


Posted by goun
Works2014. 4. 16. 01:05

얼마전 정수진 작가의 전시와 강연을 둘다 연이어 보았다. 정수진 작가는 집착스러울만큼 평면에 과밀하게 작업을 하는 작가이고, 지금까지 자신의 그림이 추상이라고 주장해왔다. 나는 신작들을 보며 그녀가 이야기하는 추상이라는 개념에 대해 더욱 오래 곱씹어보았다. 그림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여백이 생기기도 하고 형태가 더 흩뜨러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오랜시간 그녀의 그림을 관찰하면서 결국 그녀가 말해온 추상은, 미학적인 추상의 개념이 아닌 문학적 추상의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발간된 ‘부도이론: 다차원 의식세계를 읽어내는 신개념 시각이론’은 10년간 연구해온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시각논리를 담은 책이다. 엄청난 연구 였을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아직도 완전한 결론은 나지 않은, 과정 중에 있는 논리들이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논리적이고 정교한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색과 형의 논리가 새로운 차원의 언어로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를 두고 작업을 한다. 그렇기때문에 그림의 '의미'보다 색과 형의 '질서' 그 자체를 염두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는 오랜기간 자신의 미학적 언어를 만들고, 자신만의 관념을 드디어 정리해서 세상에 내놓았다. 누구는 더욱 더 난해하다고 할 것이며 누구는 좀 더 알게되어 기쁘다고 할 것이다. 나는 후자다.

 

강연을 듣다가 정수진 작가의 회화에 대한 확신에 감동적인 느낌(?)이 들었다. 결국 모든 최첨단의 기초도 인간이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며 인간을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작가는 미디어나 기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도 말했고.

회화라는 매체를 가지고 이렇게 깊이 연구하고 그려나가는 작가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굉장한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뇌 속의 망상체계를 시각화 한 '뇌해' 시리즈는 의식의 움직임이 파도와 바다와 계속 유비되며 그려진다. 반복되는 그 이미지의 복잡한 구성체계가 보는 사람에게 도상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그녀가 즐겨그리는 만화는 내용이 빠져버린 이미지만 남은 드로잉과 같다. 알 수없는 외계어들이 말풍선 안에서 충돌하는 것인데, 그 내용은 본인 스스로도 알 수가 없다고 말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작가는 자신이 납득될 수 있는 밀도가 나올때까지 색채와 형태에만 집중하면서 단순한 선과 사물이 같은 무게의 색형조합이되도록 그림을 그린다. (상징이 될만한 것들은 모두 피해서 그리면서) 형상의 차원과 여백의 차원에서 개념이 적립되지 않은 상태로 그림을 그릴때에는 본인 스스로 헛발질을 자주 많이 했다고 실토한다. 그 헛발질이 있었기에 그는 마음껏 자신의 그림을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고 물감을 붓고 다듬고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화면안에서의 엄청난 실험들은 화면의 중첩을 통해 알 수 있다. 망친 캔버스에 다른 프레임을 만들어 그리기도 하고.(2009-2012 중첩 시리즈) 이미지에 연이은 연상, 그리고 그 연상이 만들어낸 또 다른 이미지들.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의식이 구조를 만들어내는 시점을 발견하고, 무한을 개념화하고, '없음' 자체가 있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있음'의 시점을, 그러니까 없다는 개념이 생겨나는 그 시점을 찾아내게된다. 그것이 그녀의 부도이론의 시작이다.

 

색X형=형상차원                 /              차이X배열=여백차원

                                       ->집적관계의 세계                              ->형상소의 다름이 만들어내는 세계.

                                                                                                          여백차원은 적형, 위상, 석공, 치간 이 4가지로

                                                                                                           나뉘며 이것은 다시 또 4가지로 분류되어 총 64

                                                                                 개의 형상소가 만들어진다.

 

작가가 아라리오 전속이 되면서 그림만 그리고 살 수 있게 되어 행복했다는 인터뷰 글을 읽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림만 그리면 되니까 너무 좋았다고. 나는 이럴때마다 버지니아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떠올린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누구나 바라는 그 순간을 위해서 아무도 봐주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가는 것이 맞다고. 이런 저런 투정 없이, 그저 내 세계를 확고하게 만들면 반드시 좋은 작업은 나오게 되어있다. 회화에 대한 확신이자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다.

정수진 작가의 작품을 오래오래 보고싶다.

 

 

 

 

 

 

 

 

 

 

 

 

 

 

갤러리 스케이프 개인전 전시 작품들

 

 

 

흥미로웠던 두산아트센터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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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13. 10. 17. 13:30

사비나 미술관 _양대원 작가님 전시

 

예전에 사비나 이명옥 관장님 수업 들으면서 양대원 작가님 뵌적 있었는데, 작업도 좋았을뿐더러 그때 참 인상 깊다고 생각했었다. 해외에서 레지던시 하고 계신건 알고 있었는데 사비나에서 개인전 하신다기에 찾아갔다. 사비나에 도착했는데 정말 우연히 관장님을 뵈었고 만나자 마자 허그 허그. 넘 따땃하게 맞아주셔서 그때마다 감사하다. 날 잊지 않고 꼬박꼬박 작업 얘기를 해주시는 것이.^^

 

 

 

 

 

제일 좋았던 '눈물'

 

 

 

한자 안에서 새롭게 형상을 만들어내신다. 스케일도 그렇고, 작업이 매우 정돈된 느낌이었다.(큰 작업들은 사진촬영 금지가 많아 작은 것들만 촬영함) 작업을 펼쳐놓고 도르래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작업하시는 걸 인터뷰 영상에서보고 좀 감격.

 

 

갤러리 스케이프 _재개관전 <숨겨진 차원>

 

한남동에 개관한지 얼마 안되어서 다시 삼청동으로 이전해서 재개관한 스케이프. 소담이와 정수진 작가의 페인팅이 참 좋았다. 이래 저래 또 자극을 받았던 하루.

 

 

 

 

 

 

 

 

 

 

 

 

 

세 층으로 된 스케이프 전시공간은 정말 좋았고, 또 건물 외관도 예뻤다. 썪은 나무를 가져다놓았는데 나무 위에 새 조각들이 있었다. 부엉이, 비둘기, 오리...등등. 귀엽네?!ㅎㅎㅎ

 

 

 

 

 

갤러리 도스로 가는길에 해가 져버렸다. 예쁜 골목길에 두 처자. 우리 둘이 왠지 닮는 듯.ㅋ

 

갤러리 도스 _손경환 개인전

 

학사 석사 모두 선배인 경환옹의 전시. 신혼여행 후 짧은 시간동안 작업하느라 거의 만신창이가 된 듯....덜덜. 그래도 작품이 좋으니 더 바랄 것이 있을까! 오랫만에 사람들 만나니 넘 신나고,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모두 다 좋아라~

 

 

 

 

 

 

 

 

 

 

 

뒷풀이 깨알 수다...그리고 석우옹이 준 석우옹 닮은 도토리!!!! 푸하하

밤까지 놀고 깔깔거리다가 내 전시 준비를 살짝 망각할 뻔 했다. 전시 축하합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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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13. 2. 28. 22:49

 

21일 오프닝때 가지 못했던 은정언니 전시. 막날이 좀 한산할까 싶어 언니와 약속을 잡고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언니와 오랫만에 만나서 그랬는지 넘 넘 반가웠고, 작품들 보니 내가 다 뿌듯하고 좋았다. 그간 못했던 살아온 얘기들과 작업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우리가 참 인연은 인연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든 그 자리에서 꾸준히 작업에 매진하는 사람과는 항상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는것 같다. 내가 언니를 알게된것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계속 작업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그리고 우리 둘은 호불호가 비슷비슷. 언니의 작품 아이들은 켜켜히 언니의 시간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한 작품 앞에서. 2012년 신작이다. 파워풀하고 강렬한 색채, 그리고 다듬어진 듯 하면서도 시원시원한 필력, 집요함...한 작품 안에 작가의 고민이 모두 녹아있었다. 그런 작업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내가 선물해준 반지가 기어코 사진에 나와야 한다며, 저렇게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고있는 언니. 헤헤.

 

 

 

 

 

 

 

 

 

색이 정말 아름답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좋아지는 그림.

 

 

이것도 내가 좋아한 작은 그림들. 언니와는 봄이되면 다시 만나 새로운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어야겠다. 그동안 건강히! :)

 

 

한전아트센터에서 언니와 헤어지고 나서 한남동 스케이프로 향했다. 스케이프에서는 내가 좋아라하는 세명의 작가 -이해민선, 유창창, 임소담- 가 3인전을 하고 있다. 3월 2일까지.^^ 스케이프는 작은 공간이지만 꼭 다음번에 전시 해보고 싶은 갤러리이기도 하다. 운영하시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는 아직은 일면식이 없어 모르겠지만 작업이 좋은 작가들을 많이 지원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나오는 길에 이해민선 작가님과 봄로야님도 만나서 반가웠다. 3월 김형 작가님 전시에서 다시 봄로야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반가웠습니다.^^

 

 

 

 

 

 

 

 

창창 작가님 그림 앞에서. 갤러리를 돌아다닐때마다 포스팅을 하지 않지만, 오늘은 그냥 하고 싶었다. 작업에 힘이 되는 그런 작품들을 봤으니! 그리고 내일 모레는 체코미술전시를 보러 덕수궁엘 가야겠다. 국제갤러리에서 바스키아도 봐야지!!!

 

인격이 좋은 사람이 좋은 작업을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인 것 같다. 작업이 좋아서 좋은거야 당연한것이지만 사람이 좋아서 작업이 더 좋아지는 경우도 많으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내 주변에 인격적으로도 좋은 작가들이 많아져서 작업하는데 덜 외롭고 덜 지쳤으면 좋겠다. 그릇이 큰 사람이 되어야지. 작업은 평생 할 것이니까, 앞만 보고 전전긍긍하거나 주변에 개뼉다구같은 작가들 왈가왈부하는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지. 오늘도 마음을 다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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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