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2013. 6. 12. 21:04

 

 

# 전시 설치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결국...이렇게 설치 직전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마르지 않은 상태로 운반하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1년 반 전부터 잡혀있던 나의 개인전이었고, 또 이 전시를 위해 여행도 다녀온 것이었고, 여행 이후부터 근 1년간을 준비한 전시라서, '치열하게 그림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이틀 남았구나'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몇일 전부터 들떠있던 여행 생각들은 내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나면서부터 물거품이 되고있는 중이다. 들어오기로 한 돈들이 하나 둘 씩 늦어지고 카드가 정지되고 현금이 바닥나고 이건 뭐 여행 직후와 별 다를게 없잖아. 툴툴.

 

그림들을 하나 둘 포장하며 한 그림에 투자한 몇달의 세월들이 슥슥 스쳐지나간다.

 

오픈을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주었으면 좋겠다.

 

# 이렇게 에너지가 소진되는 기분은 개인전을 열 때마다 반복된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 잠을 못자는 것이 아니고, 전시를 오픈할때까지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집중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도토리 쳇바퀴 굴리듯이 잠이 부족한 하루하루가 계속 반복된다. 그러나 그 중간 텀에 길게 잠을 잔다고 피로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나는 원래부터 글을 쓰고 책을 읽는걸 좋아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림을 그리면서는 책을 거의 읽지 못한다. 작품과 관련있는 서적들을 들춰보는 수준이다. 여러가지에 집중을 잘 못하는 것일수도 있고. 얼른 전시 오픈하면 시원한 곳에서 책만 주구장창 읽었으면 좋겠다. 서점 귀퉁이에 앉아 몇시간이고 책 고르면 엄청 행복할 듯.

 

# 아는 선생님 한분이 내 도록을 펼쳐보이시며 이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하나만 말해달라고 했는데, 나는 한개를 도저히 꼽을 수가 없었다. 마음이 순간적으로 휘청휘청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나를 꼽을수가 없었다. 다 너무 많이 애착이 가서. 작품을 만들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애착이 생긴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되었다. 질리도록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수정하고 완성하는 그 과정에서 나는 내 그림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그림 안의 이미지들은 반대로 나를 애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때도 있고. 잘 해내자. 너도 나도 모두 화이팅.

'Wor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3.10.07
안젤름 키퍼의 어느 인터뷰  (0) 2013.07.03
나비 효과  (0) 2013.05.28
오일 프라이머 잘 쓰자  (0) 2013.05.27
음악 취향  (0) 2013.05.15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