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

 

                                                                                                                               _레메디오스 바로, 1936

    

이번 전시 준비하면서 들었던 말중에 젤 좋았던건, 뜬금없지만...'그림에서 롹 좋아하는 느낌이 난다.' 였다. 두번째로 좋았던건, 한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작업하는 젊은 작가가 이렇게 글로벌한 느낌으로 작업하는게 신기하다고 했던 것. 그러나 이게 그저 칭찬이 아니란것쯤은 알고 있다. 남미 에콰도르 어디쯤에 사는 작가의 그림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그러나 그것은 양날의 칼임에 틀림없다. 굳이 한국성을 따져묻는다면 나는 내가 그리는 것들이 곧 나의 세계이자 전체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때문에. 나비효과처럼... 이 작은 방구석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많은 것들을 소통하고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 반드시 그럴 수 있는날이 올 것이다.

 

자발적으로 외로움을 선택한 길은 맞지만 평생 외롭고 싶지 않다면 모순일까. 아무쪼록 작업만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든 상황이 와도 지치지 않는 그런 작가. 정말 60세가 되어서도 루이스 부르주아처럼 끊임없이 작업할 수 있다면.

 

어렸을 적에 작가가 되고 싶었던 14살 소녀시절로 돌아가보면 나는 강박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학생이었다. '나중에 내가 작가가 되었을 때 꼭 지금의 내가 했던 생각들이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될꺼야.'라고 생각하면서. 영화, 음악, 책, 잡지, 뭐든 다양하게 접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의 내 경험이 미래의 내가 작가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경험들이 될꺼야.'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소변의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과정을 상상하고 그 물줄기가 드리우는 그림자의 모양과 색깔, 굵기, 꺾이는 부분과 어두운 흐름(입시 미술의 페혜)을 관찰했다.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후회할 겨를은 없다. 그만큼의 열정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에 감사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