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셸 우엘벡의 새 소설을 읽다가 '만일 내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나머지를 이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라는 문장에서 갑자기 슬퍼졌다.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적이 언제였지 하는 생각과, 그저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밤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나지 못한게 언제부터였지 하는 생각.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계속 같은 사람인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걸까.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서 그 사랑의 감정 자체가 사그러드는 것은 아닌데 점점 힘들고 어려워진다. 내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사랑은 항상 넘치고 흘러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작업에게, 주변의 물건들에게, 신에게마저 주고도 남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지? 하는 생각이 문득 엄습해오는 것이다. 난 오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너무 이뻐서 사랑을 마구마구 퍼주고 왔다. 아이들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뭐니뭐니해도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교감이 가장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 여행은 내가 추구하는 감각들을 요동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장치이다. 내가 외부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하는 통로같은 것. 어둠속으로 침몰하는 눈부신 추억들을 고스란히 기억의 양 날개 위로 펼쳐놓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나를 그 환상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듯이.
세상의 곳곳에는 행복의 가루들이 널려있는데 그것들의 밀도를 결정짓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것들은 매우 섬세하게 놓여있기도 하고 눈에서 멀리떨어져서 찾기 쉽지 않도록 흩어져있기도 한다. 그것은 매우 한정적이기도 하고 무한하기도 한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나는 나로서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내가 원하는 열망은 매번 고스란히 피드백된다. 지금은 그런 상태이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