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에는 강남구 논현동 소재 임페리얼 호텔에서 열리는 2012 도어즈 아트페어에 참가한다. 사실 신작을 내볼까 했는데, 판매위주의 전시라서 예전 그림들을 출품하려한다. 작품들이 좋으신 분들께 가게 되면 좋겠다. 그래서 알바도 좀 줄이고 개인전 준비에 더 몰입할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개인전은 이제 8달도 채 안남았다.
난 작업을 하는 것이 일종의 시간, 순간에 대한 애도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들이 너무 슬프기도 하고, 세상에 영원한것은 없으니까. 그것을 이미지 혹은 글로 남겨놓으면 그것들은 영원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그 순간을 그리고, 만들고, 찍어두고, 또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기록하고, 그때 그 순간의 멜로디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에 다가서는 행위 아닌가? 내가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생각들을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이 진정 행복한가? 매번 사라지는 순간이 아쉬워서 미친듯이 기록하고 또 기록하기에, 나의 흔적들은 너무 포화상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외장하드도 모자라 가상의 공간에 나의 기억들을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록하지 않아도 변하지않고 없어지지 않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난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너무도 소중하니까 입밖으로 쉽게 뱉을수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