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마시고 즐겁게 걱정없이 잘 지내는 것은 결코 헛된 재주가 아니고 그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지나간 스무살 언저리의 기억들. 그 안의 나는 지금보다 더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으려 허둥대면서도 순간 순간들은 마치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내 곁을 빠져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미술이 내게 주는 그 안락함. 가슴이 뛰는 그 미칠것같던 열망들 속에서 핀 행복감에 빠져 그 쿨함이 마치 미술의 전부인듯 그렇게 지냈던 것 같고, 그랬기때문에 상황이 버거워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 쿨함은 온데간데 없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쯤은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다. 항상 무엇과 무엇 사이에 있는 미세한 차이들을 메꾸거나 빼버리거나 알아차리기를 원했는데, 그것은 무엇과 무엇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낯 아름다운 속임수일 뿐이었다. 항상 감각하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마치 나를, 나의 존재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느끼면서도 정작 나라는 사람은 지극히 반대로 무디기도 했고, 무언가에 많이 얽매에 있기도 했다. 나의 감각들과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순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면 이해하기 편할려나. 아무튼, 단지 과거는 그저 없어져버리는 것.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빨리 깨닫지 못했다는 회의감이 드는 순간, 매일 아침 하루의 시작이 너무 버거워지기도 했다. 이건 요즘도 그런 듯.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것들. 자기 스스로에 대한 경멸없이 다른 이들을 경멸하는 이들. 겉으로, 하나의 이미지로 모든것을 판단하려는 이들. 자기를 돌아볼 여유나 반성의 마음가짐 없이 타인의 것들을, 선택을, 취향을 쫓는 이들. 내가 이들을 비난하고 욕하기 전에 나는 나부터 나를 넘어서야 할 이유가, 권리가 있다. 그렇게되면 나는 보고싶지 않은 이것들을 마주하게 된다해도 내 모습은 그 안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반드시 그러해야한다. 그러니까, 나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마주했을 때 눈을 질끈 감는 대신에, 내게 있는 그 보기싫은 부분을 넘어서기를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그저 별일 아닌 듯 천진하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