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8. 4. 14. 14:57

현대미술특강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강의를 하러 모교에 오랜만에 방문.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걸 보니 정말 너무 아름답고 행복했다. 8년간 다닌 학교 여기저기에는 친구들과 선배들과 후배들과의 소소한 추억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았달까. 연성이가 혼자 앉아있던 창가자리, 그 당시 남친(현 신랑)과 헤어져 울던 예대 앞 계단, 피아(사진 동아리)전시로 예대 중앙에 함께 매달았던 작품들, 방학때마다 나와서 왁구를 만들었던 곳.... 그땐 이 벚꽃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길가에 파티션 수십개 깔아놓고 페인트칠 하고, 몇일간 파티션 150개도 만들었었는데.ㅋㅋㅋㅋㅋ 학교를 다닐때의 기억들은 너무 또렷해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정말 힘들었지만 열정적이었고 행복했고 좋았다.

내가 학부를 졸업한지 12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데, 젊고 예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실감이 났다. 그 아이들이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나는 50살이 되어 있겠지 하고 생각하니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학부때 작업들을 제외하고 대학원때 작품부터 만든 10년간의 PPT는 160장에 달했고, 강의를 마치고 나니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었다. 내 작업을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고 하는 후배도, 강의 끝나고 나에게 와서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던 후배도, 손을 바들바들 떨며 내 SNS 주소를 물어보던 후배도, 언젠가는 더 멋진 자리에서 함께 전시하고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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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