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6. 5. 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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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오픈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 그리고 시간이 될때마다 갤러리에 나가있는 나는 유난히 전시를 보러오는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어느정도 선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작가의 속도 모르면서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고 훈수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 들을 이야기는 듣고, 들을 필요 없는 건 듣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하면서도 나와 가까운 지인이나 어르신들이 오셔서 형태나 색이나 터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땐 너무 난감하다. 백번 천번 고민하고 그린 그림들에 대해서 작가의 입장이나 생각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잘 팔리는 그림을 그려야지', '이쁘게 한번 그려봐', '밝은 색을 써봐', '이건 좀 빼봐' 라고 할때는 정말 가슴 속에서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옴팡 받고 있었는지...귀 연골에 고름이 찼다. 이게 전시 오픈 전부터 생겼던 것인데, 전시를 오픈하고 이주가 지났음에도 계속 응어리가 잡힌다. '너무 듣기 싫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 왜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큐레이터님께 하소연하듯 이야기했더니, 큐레이터님이 '작가는 작업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신경쓸 이유도, 스트레스 받을 이유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당연한 얘긴데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 자체가 참 슬프다. 아직 내것을 온전히 다 펼쳐보이지도 못했는데, 이미 완결이 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말들이 오고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들은 결코 작가에게 도움이 안된다.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왜 아이를 갖지 않느냐라고 하는 것과 연애를 못하는 사람에게 넌 왜 연애를 안하니라고 하는 그런 오지랖이 어쩌면 내 그림에도 똑같이 작용하는 것 같다. 매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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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