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내가 왜 구상 작업에 이리 몰두할 수 밖에 없는지 잘 알고 있다. 다시 이야기하면 추상 미술이 가진 큰 특징들이 내 관심 밖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추상은 전적으로 심미적이고, 오로지 감각으로만 모든 것을 전달하려 하기 때문이고, 그것은 어찌보면 구상보다 훨씬 더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떠한 '기준' 안에서 다르게 보기를 원한다. 그러나 추상안에서는 그런 의도가 존재하기 어렵다. 난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하고 있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을 아직도 보러 가지 않았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난 아마 프리다칼로의 전시를 보기 전엔 가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꼭 취향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예전에 작품 활동을 별로 하지 않던 한 선배가 80-90년에 활동하던 꽤 유명한 추상화가의 작품과 비슷하게 작품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미술관에서는 그 선배의 작업을 꽤 비싼 가격에 사 들였다. 그 일화 덕분에 다시금 추상미술의 획일적이고 이미 다뤄진 이론들의 편협함이 주는 영향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추상은 포장하기가 훨씬 더 쉽지만 그래서 더욱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 어떤 미술가도 살아생전에 자신이 어느 작품의 화풍에 속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작품에 조금이라도 좋은점이 있는지 조차 모를수도 있다. 그런데 현 시점에 젊은 작가들이라 불리우는 친구들이 작가 연구를 한답시고 본인들만의 기준으로 파를 나누고 있다니 참 할 짓 없고 오지게 오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시간에 작업에 좀 더 집중하는게 옳다. 그건 부지런해서도 아니고 미술사적인 공부도 아니고 그저 잔머리를 굴리며 본인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증명하는 길이 된다. 형식을 나누고 그것을 지금 현재의 유행이라 단정짓고 외국 작가들과 비교하며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지 참 궁금하다. 지금은 결코 알 수 없다. 너도 나도 우리도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작업은 해가 가면 갈수록 너무 힘이 드는 것이 된다. 그러나 힘이 드는 만큼 끝까지 해야한다. 그럴 열정이나 에너지가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취미로 작업하면서 작가입네 하며 전시하고 끼리끼리 축제하듯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이 있다. 그리고 작품이 잘 팔립네 하며 유명한 작가라고 착각하고 서로 서로 띄워주기를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꽤 많다. 어떤 작가가 정말 진실된 작가인지 아는 것, 그리고 진짜 작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드는지를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분별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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