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도서관에 앉아 5권의 책을 읽었다. 그중엔 노석미 작가님의 책이 두권 있었는데, 술술 읽히던 그림책에서 계속 시선을 머물게 하는 작품이 있었다. 이 파란색 얼굴의 여자와 파란색 얼굴의 고양이. 단순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노석미 작가님 그림답게 이 작품도 매우 묘한 구석이 있어서, 계속 저 파란 얼굴 안에 다양한 표정들을 상상하고있는 나를 발견했다.
20대부터 서울을 떠나 외곽에서 작업실을 얻어 배를 곯으며 작업을 하던 작가의 이야기를 읽었다. 나는 꾸역꾸역 서울에서 학교다니느라고, 월세내고 사느라고, 아르바이트 하느라고, 그런건 꿈도 못꿨다. 그런데 그렇다고 노석미 작가님이 돈을 벌지 않고 살아도 될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단단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보았다. 나도 누군가가 물어보면 '산에서 집짓고 작업하며 살고싶다'고 얘기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면 '너 이슬만 먹고 살꺼냐.'라는 어마무시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때 나이 21살. 그런데 지금도 그런 마음이 조금은 남아있다. 내가 35살이 되면 세계일주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단기 계획도 있는가하면, 40살이 되면 집을 짓고 넓은 작업실에서 작업하며 지내야지 하는 중장기 계획도 있으니까.
이사 준비를 앞두고 요즘은 신랑과 집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지 엄청 고민하고 들떠 있는데, 우리가 뭔가를 산다고 해도 큰걸 사지는 않을테고(최대한 짐을 줄이자는 목표가 있다) 그저 있는 것에서 어떻게 배치하느냐인데, 그걸 가지고도 이렇게 들뜨는 것이다. 산다고 해봤자 아주 길고 큰 탁자를 살 것 같다. 그리고 더 이상 짐은 늘리지 않는 것으로. 오늘은 신랑이 앞으로 10년뒤에는 꼭 집 지어서 살자고 했다. 그 말이 왠지 이루어질 것만 같아서 다시 들뜨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고 막 신나고 그랬다. 이 마음을 신랑은 알랑가 모를랑가. 아무튼 상상만 해도 좋은 일!
오르막에서는 적극적이지 않으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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