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5. 4. 28. 12:00

하늘이 참 맑다.

햇살이 뜨겁다.
봄꽃과 함께 아름다운 시간들이 간다.

이사 준비로 몇주동안 바쁘게 집들을 보러 다녔다. 정말 깨끗하게 내부 리모델링이 되어있는 사진에 속아 엄청 낡은 집인줄도 모르고 먼길을 가보기도 하고, 90년대가 배경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분위기가 나는 집도 보았다. 영화 소름을 찍어도 무색할 것 같은 음기 가득한 아파트부터...역과는 엄청 떨어져있는 지역들, 홍등가와 맛사지숍, 나이트 클럽이 밀집되어 있는 곳도...가보았다. 20년전 옥상에 비가샜다는 30년된 늙은 아파트와 모텔 옆 다닥다닥 붙은 빌라들...
집을 본 후, 터덜터덜한 마음으로 살고있는 집으로 오면 작은집이지만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맞아, 역시 집이 최고야 하면서.
그런데 그 아늑하던 집은 매매로 순식간에 휙~ 계약이 되어버렸고, 예상보다 빨리 그렇게 되고 나니 아쉬운 마음만 들었다. 이제 정말 제대로 알아보자 하며 집을 다시 구하러 다녔다. 봄내음은 너무 아름답고 평온한 느낌마저 들었다.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더 나은것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하면서 마음을 내려놓기로했다.
집 문제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그러면서 그냥 내가 불쑥 어른이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어떤 것에도 피해 주지 않으면서 잘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어떻게하면 작업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 생길까도 고민했다. 평화로운 날들인데 마음에 돌덩어리 하나 얹어져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과정도 내게 큰 경험이 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노동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야하고 그것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어떤 노동을 해도 증명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불안감이 밀려오는 하루하루인데, 내 쌓여있는 그림들을 담보로 해주는곳의 왜 없어?하고 멍만 때리고있구나, 이 좋은 날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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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