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4. 3. 19. 01:35

 

탈라 마다니 _브라운 크리스마스 _2012

 

오늘은 독서드로잉 수업을 마치고 감흥이 사라지는게 싫어서 혼자 밤늦게까지 카페에서 커피마시다가 집으로 왔다. 열심히 준비한 80페이지 넘는 수업 PPT는 순식간에 휙 지나갔다. 내가 수업을 준비하는 것만큼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도 일주일동안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를 해오는 모습은 참 감동이다. 그래서 꾸준히 나도 지치지 않게 욕심을 부리고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집트의 모던, 컨템포러리 아트 뮤지엄과 갤러리 작품들을 감상하고, 마르잔 사트라피의 영화 트레일러를 보고, 이란 작가 탈라 마다니의 그림과 모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카툰을 보았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레바논 가수 낸시의 음악을 들려드렸고, 본인이 생각하는 중동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중동이라는 곳이 친숙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서 다양한 그림이 나올거라고 기대했고, 수업의 가장 중요했던 취지인 '스테레오 타입을 없애자'는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들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중동이라는 곳의 강한 이미지 뿐만 아니라 문화와 전통 자체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조금 덜 기대를 했다. 그런데 각자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비 전공자들의 작품 내용의 깊이에 엄청 감동을 받았다. 풀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잔잔한 감동 같은 것. 이런 경험은 나도 그들에게도 참 소중하지 않을까. 한 공간안에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그림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시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에 있어 서툰 기술력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더 잘 느끼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아주 날것의 순수한 열정 같은 것 말이다. 전공자들 중에는 그들보다도 더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기때문에. 뿌듯함이 그득그득 찬 날이라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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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