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3. 8. 30. 23:33

그대들은 다 어둡고 조심스럽다.

인간이여, 누가 그대 심연의 밑바닥을 헤아렸으랴.

오, 바다여 누가 그대의 내밀한 풍요를 알고 있으랴.

그토록 지독하게 그대들은 비밀을 지킨다.

 

보들레르 <인간과 바다>

 

 

내가 작업 앞에서 해야할 것은 계속 의지를 갖고 지켜야 할 것이 남았는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의지를 상실하지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 고민은 큰 캔버스 앞에 서면 훨씬 더 큰 고백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것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연약한 존재이거나 혹은 아주 단단해서 구부러지지 않고 부러져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꾸준히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의지의 구심점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을 수 있는가? 상실된 것들이, 발견과 경탄이, 혹은 곤혹스러움과 나약함이, 괴로움과 고통이 아름다울 수는 없을까?

 

진실된 아름다움은 늘 도처에 존재하고 나는 끊임없이 사물과 세계를 관찰한다. 그러나 파괴와 상실, 불안과 소멸의 위험이 함께 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자신만의 신전을 만들며 방어하거나 그 신전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장렬하게 전사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극단적으로 이분화 되어있는 세상의 질서의 틈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보려 하지만 결국 깨닫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과 연약함이다. 우리는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슨 말을 하고 또 무엇이 되기를 바라는가?

 

사라진 모뉴먼트는 사이성의 알레고리 전시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죽은 기념물들(Dead Monuments)을 연결해주는 모티프이다. 모뉴먼트는 기념비적인 것 혹은 기념물을 의미하지만 소유지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막대기나 기둥, 돌을 배치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결국 우리는 부조리함과 나약함의 도처에서 의지를 가지고 상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수한 모뉴먼트들 -속이 텅 비어버린, 의미가 사라진- 을 해체하고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구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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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