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강의 일이 없는 날에는 갤러리에 나가 있는데, 갤러리에 나가 손님을 맞을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하루하루가 나에게 엄청 큰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시간때문에 나가있지 못했을 때, 얼굴 뵙지 못하고 그냥 가신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고.

 

오늘도 우연히 많은 분들을 만났다. 보라색의 크고 예쁜 꽃다발을 들고 나타난 후배는 금융권에서 일하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있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친구는 나와 오랫만에 만났지만 얼마전 만났던 친구같았다. 수다를 떨다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났고, 정말 좋은 기운을 서로 듬뿍 얻었다. 아무리 오랜시간을 알고지낸 친구라 할지라도 코드가 안맞으면 함께 있어도 재미가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지만 그 다음이 너무 먼 다음은 아니기를! 십년 넘어 내게 수줍게 연락을 해온 예고 후배도 있었고, 작가님들도 오셨다. 연골이 다쳐 절룩거리는 다리를 끌고 전시를 보러와준 선배님도...모두 하나같이 나를 응원하러 와주신 분들이어서 감동이었다. 4년전 전시를 보러오셨던 송삼동 배우님도 전시장에서 우연히 만났고, 그림 얘기도 하고 영화 얘기도 나눴다. 먹고사니즘에 대한 얘기들은 매번 우울하지만, 그래도 나는 열심히 꿈을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항상 응원할것이다. 내가 받은 만큼 다른이들에게도 주어야하니까.

 

점점 많은 것들이 확고해진다. 아닌것은 아닌걸로. 그래서 나는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확신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는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워질거라고 믿는다. 모든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전시는 이제 3일이 남았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