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습관처럼, 작업을 하다가 오후 4시즈음이 되면 집안으로 들어오는 빛에 그림자 놀이를 한다. 문에 드리우는 사다리꼴 모양의 빛 속으로 손가락을 쭉 내밀고 이티손도 만들고 새도 만들고 말하는 개도 만든다. 유리창을 쏟아낼 것 같은 투명한 빛이 좁디 좁은 주택 사이를 지나 집 안으로 쑤욱 들어왔다. 아주 여리고 말간 햇빛 한장. 얼른 봄이 오면 좋겠다. 자전거 타고 한강에 가서 돗자리 펴고 누워 하늘 보고싶어서.
밤 12시. Rachel's의 Music for Egon Schiele 앨범을 들으며......오늘도 작업을. 마치 한 순간의 빛을 기대하듯이. 차분하게, 침묵 속에서. 쓸쓸한 밤눈과 함께.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내가 그렇다. (0) | 2013.02.05 |
---|---|
순진한 물음들 (2) | 2013.02.05 |
주거 공간의 복지에 대하여 (0) | 2013.01.17 |
수많은 질문들 (0) | 2013.01.16 |
꿈 이야기 (0) | 2013.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