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Egypt2010. 6. 12. 15:12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다큐멘터리 영화 '예술가와 수단 쌍둥이'를 보았다. 평소에도 바네사의 사진작업들을 꽤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수단에서의 작업을 보고나니 더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작업은 예전보다 훨씬 덜 정치적이지만 뭔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은 내용들과 압축된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입양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을 추진해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녀가 작업에 담으려한 메시지들, 입양이 좌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작업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갸날프고 예민해보이는 그녀의 내면에서 발동하는 본질적인 에너지. 그것은 내게 필요한 부분이요, 가장 닮고 싶은 부분중 하나다. 그리고 그녀가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주변의 환경들도 매우 부러웠다.


나는 여행 중 수단 사람들을 몇몇 만났다. 아스완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60~70% 이상이 수단 사람들인데,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잠시나마 이집션이라는 말을 듣는다치면 의례 얼굴이 구겨지고 '나는 이집션이 아닌 수단 사람이다. 누비안이다.'라고 말한다. 그건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의 표현같았다. 수단에서는 젊은 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많이 떠난다. 수단이라는 나라에는 국민들을 위한 국가적 안보도, 그들의 희망도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위해 애쓴다.

내가 만난 수단 사람들 중에는 아스완에 있는 필레섬으로 가기위해 펠루카를 운전하며 돈을버는 누비안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렇게 일해도 고작 일인당 이집트 파운드로 10~20파운드(약 2000원에서 4000원)를 번다. 바람이 반대방향으로 불때는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제자리다. 30분~1시간을 꼬박 저어야 힘겹게 나일강을 건널 수 있다. 날도 더워서 이들의 이마에는 땀이 금방 뚝뚝 떨어졌다. 처음에는 이렇게 우리랑 잘 놀다가 나중에는 팁을 좀 무리하게 강요하기도 해서 아주 밝은 모습으로 헤어지지는 못했다. 이들에게 5파운드..10파운드...(500원..1000원)의 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그 돈을 아끼기 위해 이들과 언쟁을 하거나 얼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팁을 많이 줄수는 없었지만, 노를 젓는 캡틴이 내 눈빛을 읽었으리라고 믿고 싶다.
이들이 우리에게 알려준 노래는 "압두르기봐~ 헤나헤나~" 인데, 이 노래의 뜻이 "너무 좋아~ 가자가자~" 라며 내게 알려주어서 이 노래를 알게 된 후에 누군가가 음식점에서 이 음식어때? 라고 묻거나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나는 '압두르기봐~"라고 말하면서 좋다는 시늉을 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갸우뚱?이었다. 나와 내 친구를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나중에 알고보니, 압두르기봐는 아스완의 또라이 중에 상 또라이!!! 의 이름이고, 헤나는 내 팔에 있는 문신을 보고 이들이 즉흥적으로 지어낸 가사였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면, 에드푸로 가는 펠루카를 탔을 때, 내가 밤에 압두르기봐 노래를 불렀더니 그 펠루카 캡틴이 배를 잡고 뒤로 꼬꾸라지면서 그 노래 어디서 배웠냐고 배꼽을 잡는거다. 그래서 이 동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이 둘은 그 캡틴의 친구였고 그때 압두르기봐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됬다. 우리에게 귀여운 사기를 친 이 두명의 수단인들. 압두르기봐 사건이라고, 우리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웃긴 일이었다. 그리고 압두르기봐 때문에 두번째 펠루카 캡틴은 이틀동안 나만보면 두시간동안 배꼽을 잡고 쓰러지기도 했다. 나는 '저사람 웃다 죽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나중에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져서 내 배꼽도 사라질 뻔 했다!ㅋㅋㅋ 아 웃긴다 진짜. 요리하면서도 낄낄..아침에 배에서 자고 일어나서도 낄낄..아무튼 나와 캡틴은 진짜 끊임없이 웃었다. 자, 그럼 그 압두르기봐 음악을 즐겨볼까나. 흐흐


잊지못할 압두르기봐 사건을 만들어준 두 수단인들. 이들의 노래는 진짜 잊지 못할꺼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압두르기봐가 누군지 알게되었다는 것도 이들은 모르겠지? 풉. 난 다 알고있다구!



계속 웃던 캡틴. 그렇게 깔깔거리고 오랫동안 웃다가 숨도 못쉬고 말이지..그렇게 웃는 수단인의 모습은 진짜 코믹 그 자체였다.
이들은 내게 있어서 이집트에서 만난 가장 특별한 수단인들이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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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4. 21. 23:11


누비안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펠루카를 타고 에드푸로 가는 길에 아스완 옆 나일강에 몇시간동안 둥둥 떠 있었던 기억. 누비안은 이집트 남쪽 수단 사람들을 말하는데 다들 다리가 엄청 길고 이집션들보다 대체적으로 얼굴이 더 까맣다. 왜 안가지? 왜 안갈까? 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바람이 반대방향으로 불고 있는데다 거세서 거의 펠루카에 탄지 6시간 만에 바람이 잦아들었고 출발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꼼지락거리면서 쿨쿨 자는 친구들 사진도 찍고, 캡틴 친구 얼굴도 그려주고, 저녁하는것도 도와주고(어두워서 후레쉬 계속 들어줬다.) 있다가 펠루카 지하 다락에 들어가 이 친구와 노랠 불렀다.

캡틴이 왼손에 북을 들고 오른손으로 박자를 만든다.


***
캡틴 : (따라해보라는 표정으로) 워 헤레나~ 워베다 다 쏘켈리나~ 워베다~
가밀라(나) : 아 히리나~ 워베다~ 쏘껠라나~ 워베다~(똑같이 못따라한다.)
캡틴 : 라부따 나우나 깔레~ 네렐레~ 누 라이제 니낌~
가밀라(나) : 나 위하제 비싸 비랄레... 야~ 아~ 나리씨~ 게씨레 나라쿰~ 게씨레~ 노쿰~(요건 후렴구)
캡틴 : 누랄레 니낀 나하네바 니낀~ 나하야~ 라~하~
가밀라(나) : 나 위하제 비싸 비랄레... 야~ 아~ 나리씨~ 게씨레 나라쿰~ 게씨레~ 노쿰~

덴디야 호오~ 니키씬~ 니키씬~ 위키씬~ 이카헤 니카헤~ 이까헤~
넬리야 니까나 후룰라나~ 띵니야나~
밍가니~ 낄루 아베디~ 낄루 누쌰~ 아베디~ 둔꿀라~ 임말라게~
덴디야 호오~ 니키씬~ 니키씬~ 위키씬~ 이카헤 니카헤~ 이까헤~
덴디야 호오~ 니키씬~ 니키씬~ 위키씬~ 이카헤 니카헤~ 이까헤~


이렇게 오랫동안 캡틴과 나는 다락에서 노래를 불렀다. 흔들리는 나일강 위에서.
다락방에 붙어있는 여행자들이 준 사진들과 인형, 천정에 걸려있는 동전지갑, 악기, 멀리서 보내온 편지...
노래는 왠지 구슬프고 이들의 삶도 왠지 구슬프다. 내가 새벽에 잠을 자는 동안 이들은 계속 노를 저었다.


잉. 쏟아지는 잠에 취한 캡틴...


피곤할텐데 아침도 차려주고 미소가 너무 천진난만하던 우리 캡틴. 보고싶다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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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3. 23. 03:18



밤에는 배가 정박되어 있던 자리 옆에 나무에 천막을 치고 간이 화장실로 이용했다. 구덩이 파고. 그러다가 느긋이 일을 끝내고 일어나는데, 저어기 위에서 이집트 남자들이 3-4명 우르르 내려오는것이 아닌가!
온몸이 쪼글어들것 같던 경험이었다. 그 후일담은 상상력에 맏기기로하겠음.ㅎㅎ

나는 우리 펠루카 캡틴한테 놀러온 캡틴친구 하산을 아침에 그려주었고,  하산은 밤에 펠루카의 다락안에서 노래 부르고 놀던 나를 그려주었다. 하산이 그린 나는 정말 너무 앙증맞고 귀여워서 다음번에 공개하련다. 다들 기대만땅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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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