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출석중인 정림건축문화재단 - 라운드 어바웃의 'Forum&Forum'. 오늘은 윤여일 선생님의 <재난 이후의 시간을 열어내기 위하여>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재난포럼에서 강연을 들으면 이렇게 방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말'로 풀어내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너무 뜻깊으면서도, 반대로 '말'의 흩어짐, '말' 뿐인 것, 이후의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조금은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토론을 하지만, 이 장소를 벗어나면 우리는 또 다시 비슷한 밑그림 속에서, 항상 반복되는 문제들을 껴안고 살아가야 할 터이다.
재난들 혹은 갈등의 여러 양상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장애인 복지 문제라던가 군대 관련 이슈들, 세월호, 남녀, 세대등의 갈등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여러 문제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나 조차도 남녀의 갈등(혐오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바라볼 때 비평이 아닌 비판만 난무하는 그 폐쇄적인 장소를 견딜 수 있는 강한 사람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 혐오도 싫고, 여성 혐오도 싫다, 그냥 이것도 저것도 다 싫고 무엇을 선택한다해도 변화하지 않을 지금 이 현실에 염증이 난다. 나는 그 모든 상황들을 멀리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 그저 게시판 위의 거칠고 짧은 그들의 호흡에 무기력해질 뿐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비난을 했더랬다. 나같은 사람 때문에 일베가 더 크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저 반응들(구체화되고 논리적인 사고가 아닌)일 뿐인 그 장소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고 저항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런 에너지들이 과연 내 삶에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 체념이 쌓이고 쌓여서 무기력해진 상태의 인간을 어느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는지...답이 없는 물음들만 난무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는지...
나는 지금의 상태, 즉 파국의 상태를 있는그대로 직시하고 싶다. 그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안정과 불안정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가능'이라는 단어 조차도 믿을 수 없는. 스스로 어디에 어떻게 구멍을 뚫어야 하나. 어떻게 상상력을 구현해야 한다는 말인가. 재난 이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열어낼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진심으로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지금 살아가야 하는지. 재난포럼을 들으면서 나는 점점 더 복잡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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