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너무 조용해서 어둠이라는 순간에 자꾸만 집착하고 몰입하는 나를 본다. 이 밤에 듣는 김동률의 자장가는 참 소름돋을 정도로 감미롭고. 이런 순간이 참 반갑고 고맙다.
말레이시아에 있었을 때, <노 블랙 타이> 라는 재즈바엘 갔었다. 재즈가 정말 듣고 싶어서 어렵게 찾아 갔었는데 첫번째 갔을 때엔 오픈 전 타임이었고, 근처에서 밥을 먹고 두번째로 들어가니 입장료가 정말 많이 비쌌다. 아마 그때 공연이 굉장히 유명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유명 재즈 전공자들만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중에 현금이 약간 모자랐던 나는 다시 은행엘 갔다왔고 세번째에 그곳을 방문했다. 비가 약간 내리던 그 밤, 혼자 그곳을 방문한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듯 했다. 아주 작은 공간안에서 나이가 지긋한 밴드가 나와서 곡을 연주하는데, 사람들은 일제히 그 음악에 집중했다. 숨소리조차 크게 나지 않았다. 그때 그 어두웠던 장소 안에서 나는 뭔지 모를 따뜻한 기운같은 것을 느꼈다. 큰 우주 공간 속에 혼자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아주 큰 진공관 안에 음악과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외로운 것도 없고, 슬픈 것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그냥 음악과 내가 그 곳에 있었다. 지금 나는 작업방에서 왠지 모를 그런 느낌들과 공존하고 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포즈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