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3. 11. 11. 22:34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 같은 책을 한권 더 샀다. 나는 이 책이 그 아이를 위로해줄지도 모른다고, 아주 조금이나마 그럴수 있다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조그맣게 행복을 빈다며 깨작깨작 글을 남기고 전해주던 그때 그 마음엔 미안한 마음 반, 고마움 반... 내가 힘들었던 날을 까맣게 잊은듯이, 일부러 해맑게 제스쳐를 한것에 약간의 후회.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너무 저 멀리에 있는 현실로 그 아이를 끌어내려 했던 것도 같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을텐데. 책을 선물했던 그날 그때의 그 마음이 왜 그렇게 아련했는지 모르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때의 나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잘 몰랐거나 알면서도 그게 나와 함께 한다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타인의 외로움도 묵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그 외로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항상 혼자 다니고 혼자 생각하는 것을 즐겨보려고 노력도 했는데, 결국에는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나를 받아들이니까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보였던 것도 같다. 나는 스스로를 받아들이면서 지금까지 나로 인해 외로움을 느꼈을 많은 내 주위의 사람들을 생각해봤다.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내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을 사람들을. 그래서 좀 더 내 주변을 챙기고 내 주변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고 싶어졌다. 나도 그동안 충분히 외로웠으니까. 얼마전 친구의 눈물을 보면서, 나는 그 눈물에 굉장히 많은것이 담겨있다고 느껴졌다. 지금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외로움을 담고 있는 눈물이었는지도. 깊은 상실과 우울과 많은 시간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그러나 그것은 그냥 슬픈것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을 향한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훌훌털고서, 다시 마음을 다스리고, 또 새로운것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단단해지는 거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그 뜨거운 눈물을 그리워할 날도 오게될거라고 믿고 싶다. 좋은 친구가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정말 마음 깊숙한 곳까지 위안을 줄 수 있는 친구. 내가 그 아이에게 그런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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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